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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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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402회 작성일 2007-04-24 22:02

본문

모과나무 옆 산수유 진홍빛 열매 맺을 때
지하실 열풍기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 잠시 멈춰
가파른 지하 계단 타고 올라와
하루에 몇 개 씩 마당에 떨어진
산수유 열매 집에 있는 작은 병에
담아 놓는다.
산수유 열매 수 만큼
라디오 틀어 놓아야
반복되는 시간 보낼 수 있는 20대
묵묵히 하루하루
자동차 기아 봉 라이너 박는 숫자에
민감한 50대 사내
동료 없는 동안 시기하고 틈만 나면
얘기에 열중하는 50대 아주머니
이들 모두가 이제 영영
아침 9시에 모이지 못하고
지하공장은 폐쇄 돼
굳게 잠겨 있지만
모과와 산수유 열매 따던 시절 그리워
앞 건물 헬스클럽 4층에서
지하공장 마당 바라보는 말없는 시선
건물주인 지방으로 떠난 사이
모과와 산수유나무
작년 가을 열매도 못 맺고
시름시름 죽어만 갔다.
철문 굳게 닫히고 명색뿐인 주차장 안에
일전에 보지 못한 오래된 차가 주차되어
주인 잃은 시름에 잠겨 분리돼 산수유나무 밑
기름통에서 남은 석유 뽑아내듯이
자동차 기름통은 꼭꼭 숨어 사람 눈에 보이지 못하게
감추어 놓은 오래된 차
주인은 없고 나그네만 있다고
모과와 산수유나무
열매 맺지 못하고 죽어만 갔다.
닫혀 있는 지하실 문이 열리고
주인이 찾아온다 해도 죽어 가는 나무
살리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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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치열한 현실 속에 녹아져 내린 서민들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미세하게 그려주시는 시인님...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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