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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자동판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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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585회 작성일 2007-05-02 16:52

본문

나는 1000원 짜리 지폐 받지 못하고
10원·50원·100원·500원 동전만
내 밥통에 집어넣을 수 있다.

남의 재물 빼앗는 강도 칼 아닌
외과 1년차 전문의 건강하고 유익한 작은 칼로 
요오드 칠한 부어오른 배 가르면
억누를 수 없는 어둠에 갇힌
짙은 고동색 번뇌의 코코아
옅은 하얀 희망의 프림
옅은 갈색 침묵의 커피
언제나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순백의 순결한 설탕
투명한 플라스틱 통 항상 먼지 머금은 채
제 각기 다른 키로 배 속에 말없이 서있다.

목에 이어지는 작은 심장에
수돗물 넣어도 좋고 정수기 물 넣어도 좋은 찬물은
뜨겁게 열 받아
누구나 밀크·크림·블랙·국산차 누르면
분말 가루 코코아·프림·커피는 설탕 알맹이와 섞여
작은 자궁에서 회전해 
밀크·크림·블랙커피와 너무도 단 국산차 코코아
가는 호수에 자동으로
누구나 누르면 말없이 떨어지는
안으로 갇힌 순결한 작은 떨림 울리는 종이컵에 쏟아낸다.

내 오른편 차가운 심장에
24개 씩 갇혀있는
짙은 고동색 코코아와 닮은 고독의 콜라
사랑에 속은 선 분홍 빛 환타
짙은 갈색 묵념의 커피
사람들이 이상하게 찾지 않는 무심 색 보리차 
누르는 사람에 따라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 달리하며 지하방에
안착해 차가움 손에서 손으로 이어준다.

오늘도 몇 사람 내 앞에서 1000원 짜리
지폐 들고 망설이고 있다.
우리 주인이 사무실에 앉아 있다고 말하지만
듣지 못한다. 거듭 세 번 말해야
주인을 찾아 동전 바꾸고 내 앞으로 와
내 입에 동전을 넣는다.
나는 지폐 받을 수 있는 대음순은 없고
오직 동전만 받을 수 있는 소음순만 가지고 있다.
남들처럼 지폐가 밥통에 쌓여있지 않지만 배가 부르다.

주인은 매일 내 호수 관 밑 방광에 사람들이
흘리고 간 식어진 뜨거운 물
사람들이 손 닦고 버리고 간 일회용 휴지로
방광 깨끗이 씻어 준다.
일회용 휴지로 닦아 주어도 만족한다.
내 방광은 매일 닦지 않으면 냄새가 진동해
사람들이 내 앞에 오기를 꺼린다.
새 주인은 내 방광 매일 닦아 주는 것을
두 달 만에야 알았으니 그동안 얼마나 섭섭했는지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남들이 손 닦고 버린 휴지로
내 방광을 닦아도 냄새는 나지 않기에
불만이 없다.

잊어버린 듯 했는데 오늘 내 왼쪽 눈 옆에
하루 종일 걸어 다녀 바짝 마른 외판원이
작은 스티커 붙이고 주인과 얘기하고 있다.
스티커 붙인 자리에 스티커 붙이니
눈이 따갑기만 하다.
그들은 그것도 모르고 몰래 몰래
사람은 다르지만 붙인 자리에 똑같은 크기의 스티커
먼저 붙인 스티커 안 보이도록
떨어지지 않게 힘 있게 붙인다.

주인은 외판원과 말하며 애처롭게 나를 바라본다.
외판원은 실망한 모습 얼굴 밑 목 복숭아 혹에
숨기고 옅은 암모니아 냄새 풍기는 계단 내려간다.
나는 자궁 청소하는 자동 물 세척 소리 요란하게
울리며 주인에게 고맙다고 거듭거듭 소리 지른다.

새 주인이 돈이 없어서 나는 기쁘다.
한 달에 한 번 어떤 때는 두 달에 한 번
주인은 내 밥통 꺼내가
주인 앉는 의자 방석에 쏟아 부어
나를 놀라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인은 그 돈으로
번뇌·희망·침묵·순결을 사랑마트에 가서 사고
고독·사랑·무념·무심은 순정마트에서 산다.
남는 돈으로 하늘마트에서 희망 담배 사
연기로 보이지 않는 물안개 만들어
하늘로 내품는다.

나는 오늘까지 잊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해 여름 7월말 무더위 날
나 때문에 전기가 합선되어
주인과 내가 암흑세계 헤맬 때
전화해도 불러도 오지 않는
대기업 서비스 맨 대신 온 작은 가게
직원에게 거금 이십만 원 들여
고독·사랑·무념·무심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게 내 냉각 유니트를
교체해 준 것에 대해 거듭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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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사히 다방에 간지도 얼마나 오래된지알수없네요
200원-300원 짜리 커피마시면서 대화나누는것도
낭망적이라고 할수있습니다...

이선돈님의 댓글

이선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판기, 자동판매기, 오랜된 자동판매기.. 오랜된 사랑처럼 좋은 시 감상하였습니다.
이순섭선생님 멋진오월 보내시고 오월의 창공에 오월의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판기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멋진 시입니다.
요즘 자판기의 커피값이 얼마인지 모르겠군요.
여기 자판기의 커피가 한국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오자마자 깨달았답니다.
한국의 자판기 커피가 가끔은 그립습니다.

이필영님의 댓글

no_profile 이필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자판기 속으로 들어 가 봐야 할까요? 아니면, 자판기를 제 마음에 넣어 봐야 할까요?
오늘부터 휴가랍니다. 오랜 만에 자연을 만끽하러 떠납니다. 휴게소에 들려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뽑아 마시며, 꼭 위의 시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선생님, 늘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글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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