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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 아줌마와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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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999회 작성일 2007-06-02 22:33

본문

일수 아줌마 돈 등롱에 매달려 쇠고기 타는 연기 빨아드린다.
새벽 달 향해 달려가는 길 쑥 타는 냄새 풍겨오면
신문 보급소 쌓여 있는 주인 찾아가기 전 신문 잉크 냄새
쇠고기·쑥 타들어 가는 향기 무력 점령 달 향하는 가슴 막혀온다.
달 향하는 길 신문 보급소는 길모퉁이에 있지만 다 가기 전
신문 보급소 있는 것으로 착각해 고개 돌리고 얼굴 돌려본다.
어둠은 쑥에 묻혀 신문 보급소 앞에 서있는 오토바이 체인에 감겨든다.
토요일 넘어선 달빛 흐르는 밤 내일 신문은 쉰다.

비 오는 새벽녘이면 목련 나무 심어진 은행 뒷문 주차장에
얼굴 돌리고 서있는 여인이 보인다.
그녀 팔소매 걷어 올린 팔 삼두근에 놀랐다.
몰랐다. 계란 그냥 깨 유리컵에 넣고 먹으면
팔 삼두근은 이두근 보다 커지고 가을 꽃게는
수출입 항공화물기에 실려 병아리 닭 잡아먹은 세계로 날아간다.
그 세계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날아다니지 않는 개미 죽이지 말라는
편한 그녀의 조건 없는 피는 너무 붉다.
어쩌면 좋아 입 큰 그녀가 떠나간다.

대낮에 가는 길 멈추고 되돌아갔다 오는 길 같기만 하다.
집 현관 문 앞 계단에 정신없이 두고 온 두루마리 휴지에
쌓인 담배꽁초 하나와 재 되돌아가서 가져와야만 한다.
집 계단에 있으면 불편한 심정이 쌓여 하루 일 건너뛴다.
건너 뛴 달빛 구름에 가린 날 목련꽃 진 은행 뒷문 주차장에서
그녀가 옷 벗고 있다. 겉옷과 속옷 중 두 개는 위로 벗어 놓으련만
모두 다 두 다리 밑으로 벗는 그녀
그녀는 일수 아줌마.
등롱에 걸린 천 원짜리 지폐는 불판에 떨어져 타들어가
신문 잉크 냄새 보다 진한 돈 냄새 연기 빨아드리는 긴 구리 관으로
흘러 달빛 가린 구름에 파고들어 달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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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찾아가는 길 일수 아줌마 돈 모두 은행에서 빼앗아갔다.
돈 놓고 돈 먹기에 일수 아줌마는 은행에 지고 말았다.
쑥 냄새 풍기는 골목길에 비 오는 날 목련나무 옆얼굴 돌린 여인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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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돈 놓고 돈 먹기에 일수 아줌마는 은행에 지고 말았다.
~
큰송에 잡혀갔군요 고생고생 하다가
돈에 지고 말았지요
돈을 매일 만지지만
그게 돈인지 종이인지 구분이 안되어
바닥에 떨어지면 유실물이다
주인찾아 줘라 한답니다.
건필하십시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 때, 일수아줌마라는 분들이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도장을 찍어주던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이 납니다.
뭘 하시는건지 잘 몰랐지요..
지금도 잘 모르겠군요.. 모르고 사는게 좋을 것도 같습니다.^*^
숫자놀이는 늘 머리 아프게 합니다.
글 뵙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시인님..

이필영님의 댓글

no_profile 이필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일수 아줌마가 은행에 지고 말았네요.
큰손의 주물럭거림에 고사리 손은 나날이 주름이 늘어만 가네요.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네요. 더위에 매우 약한 저는 여름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올 여름을 어찌 보내야 할지 걱정이 앞서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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