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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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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954회 작성일 2007-06-05 11:52

본문

소리 없이 얼굴에 구르는
코에서 흘러나온 눈물방울
종이인형에 떨어져 다가옵니다.
곱게 그대 얼굴에 대고 자국나지 않게
여러 번 접은 잡히지 않은 선 끊어졌다 이어져
걸어가는 발자국에 가시철망 쳐
빠져 나가지 못하는 둥근 우물가에 숨어
밑으로 내려가 그대 찬 손 잡아봅니다.
내 보이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살에
가려진 흉곽 이루는 열두 쌍의 뼈 늑골(肋骨)
위쪽 일곱 쌍은 척추로 이어진 그대 얼굴 감싸고
아래쪽 다섯 쌍은 짧지만
그대 두 다리 잡고 버티고 있습니다.

얼굴 없어진 종이인형 걸어오고 있습니다.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내 가슴 때리는
두 팔이 있기에 나는 다가서 그대 안습니다.
내 열두 쌍 뼈 늑골 그대 피아노 건반에 누워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 하얀 건반
누르면 누를 수 록 깊이 들어간 검은 건반
이다지 아프게 다가오는 그대 어둠 속 불빛 자국
지워지지 않는 내 속에 감춘 접혀진 종이 자국

두 다리 사라진 종이인형 이 밤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슴 때리는 회초리에 멍든 자국
내 갇힐 만한 좁은 공간에 내리는 비
얼굴이 없다고 다리가 없다고
젖지 못하는 서글픈 마음 있기에 내 가슴 멍든 자국
일어서 그대에게 다가 갑니다.

머리 흔들고 두 다리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그대 있습니다.
이러지 말라는 그대 간곡한 청에 나는 돌아서
그대 다시 쳐 놓은 가시철망 거두어 나의 열두 쌍 늑골에
무겁지만 간직하고 떠나겠습니다.
다 곱게 펴진 정사각형 종이 바람에 힘없이 날려 내 발목에
스쳐가는 날 다가서고 싶지 않지만 잡히지 않는 내 몸에 밴
떨어지기 싫어하는 그대만의 향기 눈물 자국 이어진 코에
간직하고 접혀진 자국 선명한 곧은 그대 정사각형에 마음의 글
적어봅니다.  펴지지 않는 그대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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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때론.. 시인님의 은유의 깊이를 몰라 답글을 다는 것이 혹,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때가 있습니다.
<펴지지 않는 그대가 좋았습니다>.....
마음의 글을 담는, 시를 적는 종이를 의인화 시키신 글이 아닌가.. 감히 짐작해 봅니다.
혹 답글이 맘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용서해 주시와요.. ^*^
행복 가득한 날 만드세요 시인님..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옛날의 서양화가들, 사실파들이
그린 그림같이 정밀하게 파헤쳐 가고 있었다 합니다.
그 화가들이 인체의 골 각을 상상으로 그리고 싶지 않아서,
주인 없는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를 가지고 와서 세세히 그려 옮겼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해부학상으로 보아 손색없는 인체 상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시인님의 표현은 물감 대신 시어로 대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노고가 많으나 멋집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머리 흔들고 두 다리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그대 있습니다.
이러지 말라는 그대 간곡한 청에 나는 돌아서
그대 다시 쳐 놓은 가시철망 거두어 나의 열두 쌍 늑골에
무겁지만 간직하고 떠나겠습니다.
~
한 느낌 해 봅니다.
다정하신 이순섭시인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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