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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잎 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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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887회 작성일 2007-06-12 21:58

본문

작은 손지갑을 주었다.
새벽 두 시 넘어 유리 현관 문 앞 일 층뿐인 계단에
누워 사람과 똑같이 잠자며 하품하는 소리에
네 잎 클로버 무수히 새겨져 있는 손지갑을 주었다.
더듬거려 거짓말 안 해 약간 떨리는 손으로
여자 옷 벗기는 것처럼 자크 잡고 지갑을 열었다.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는
MARLBORO 담배
담배 갑 여니 오직 한 개비 삐쭉 하얀 피부 날씬한 몸 내민다.
총알 같은 모양이 하얀 캡슐에 감추어져 있다.
한독약품 어디로 쏴도 정확히 들어가는 총알 피임약이 분명하다.
몇 개의 반창고
거짓말 보태 여자가 남자 바지 자크 내리는 떨리는 손으로
옆 자크 내린다.
세 개의 생리대가 분명하다.
담배 한 개비 불결해 보여 버리고 작은 손지갑 체
간장 통으로 쓰였다 손 세차 하는 사내에게 시집가
간장 다 먹었다고 쓰레기 통으로 전락한 통에 버린다.
손이 부정 탈까봐 손 세차게 턴다.
쓰지도 않고 써보지도 않은 생리대 보푸라기 손가방에 숨어
입 삐쭉 내민다.
똑같은 여자로 태어나 누구는 이런 손지갑 아무도 모르게
새벽에 버리고 얼굴 곱거나 말거나 어떤 여자는 고이
잠들어 있다. 불공평하다.
MARLBORO 담배 남자 입으로 빨아드려 콧구멍으로 내품어
로맨스 뒤집어 버리고 사랑 잊은 채 담배 필터 씹는다.
못된 성격 이내 드러나 버려진 반창고 남자 입에 달라붙는다.
떠나간 손지갑 미련 못 버려 손등으로 눈 비비고 찾아가
내려다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손세차하는 남자가 쓰레기통
비움이 분명하다. 길 건너에 여자가 손 세차 억세게 하고 있다.
누구는 땡볕에서 세차하고 있고 누구는 시원한 에어컨 나오는
방에서 시집을 읽고 있다.
그래 시집을 읽고 있어야 시집이 팔리고
세차를 해야 차가 팔리는 것이지 그게 세상이야 빌어먹을
무슨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
로맨스가 웃는다. 잎담배에 필터가 붙어 있어도 담배는 담배다.
손지갑에서 떨어져 나간 무수한 네 잎 클로버
얼굴에도 붙고 다리에도 붙고 가슴에도 붙지만 등에는 붙지 않는다.
‘여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거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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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쓰지도 않고 써보지도 않은 생리대 보푸라기 손가방에 숨어
입 삐쭉 내민다.
~
세상 요지경 구경 잘 하고 갑니다
이순섭 시인님 건필하십시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잎 클로버 찾아보면 힘이드는데
찾았을때 그 기쁨 !
항상 좋은글 주셔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건강핫;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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