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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결 못한 장편소설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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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076회 작성일 2007-07-07 23:31

본문

                                                            아직  완결 못한 장편소설
                                                                                                                  김 영 숙

딸아이의 책상은 날마다 몸살을 앓는다. 밤새 펼쳐본 책이며 쓰고 지운 지우개 똥이며 벗어놓은 옷가지 까지 합세하여 뭐하나 정리가 되고 치워진 적이 별로 없다. 보통 새벽 한 두시까지 공부하다 아침 여섯시면 등교하기에 시간에 쫒기는 탓도 있지만, 나를 닮은 것인지 치우기를 무척이나 싫어하다보니 거의 일주일 내내 책상 위는 도떼기시장 같다.

마침 오늘은 출근을 안 하는 날이라 마음먹고 정리를 해주기로 하고 방에 들어갔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고 이것저것 들춰보고 서성이다가 딸아이 일기장에 눈길이 멈췄다.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한참 이성에 눈뜨고 비밀도 많이 만들어 갈 나이지만 요즘 고등학생들의 생활이 어디 그리 넉넉한가? 일기 쓸 시간이나 있는지 모르겠다싶으면서도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하여 일기장을 훔쳐보기에 이르렀다.
군데군데 '공부하기 힘들어 죽고 싶다' ' 수업시간에 문자 보내다 선생님께 걸려 휴대폰을 압수당했다' '순진한 교생선생님을 놀려 울려서 미안했다' 싸이 월드에 얼짱 각도로 사진을 찍어 올리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실패했다. 그래서 자신에게는 성형이 관건이라 아마 엄마 등골 휘겠다.' 는 걱정까지,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아이의 일상 속에 푹 빠져버렸다.

딸이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교환일기도 쓰며 나름대로 신세대 엄마 노릇 해보겠다고 노력도 했었는데 이젠 그마져 딸에게는 시시해졌는지 언제부턴가 일기장에 자물통을 채워놓아 항상 그 속의 내용들이 궁금했던지라 오늘 맘 놓고 읽어서 속이 다 시원하다.  하지만 염려했던 이성문제의 고민이나 공부에 대한 회의적인 내용은 없어 안심되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했다. 성장과정은 예나지금이나 별별 차이가 없는가보다.  다만 접하는 환경이 틀리다 보니 놀이문화의 차이는 조금 있을지언정.

일기장을 훔쳐 읽다보니 불현듯 나의 지난 시절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세월만큼이나 차곡차곡 쌓인 사연과 수북하게 쌓인 먼지가 비례하는 묵은 일기장을 꺼내기에 이르렀다. 훅하고 불었더니 먼지와 함께 소녀의 이삼십년은 족히 가둬 놓았을 많은 사연들이 흐른 세월만큼 성큼 다가와 내 기억을 더듬어주었다. 얼마나 꿈꾼 대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얼마나 빈 가슴 채웠을까? 그리고 채운만큼 나누며 살아왔을까? 세월의 물결로 이는 파문은 그리움의 회상으로 옹기종기 모여 내 주위를 맴돌았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차곡차곡 채워온 일기장을 뒤적이며 지나간 일들을 반추하다가 오늘도 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쓴 미소 지어본다. 과거만 뒤적이는 내 자신이 자꾸만 작아만 보인다.
'뒤는 보지말자  앞만 보고 걸어가자'
스스로 최면을 걸어보지만 왜 이리 대범하지 못하고 자꾸 뒤만 돌아보고 못내 아쉬워하고 속상해 하는 것인지 질책하면서도 또 집착 같은 과거를 펼친다. 어쩌면 오늘 이후로 일기장도 차곡차곡 박스에 넣어 긴 잠을 재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미련을 접고 아쉬움을 잠시 묻어둔 채 오늘 이 시간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삶에만 충실해 봐야겠다.
 늘 최선을 다해 살아나왔는데 내 앞에 놓인 내 생은 왜 이럴까? 원망하고 허탈해하며 남을 덤으로 책임전가하고 묻어가려고 했던 내 자신이 괜 시리 부끄럽고 쓸쓸해진다. 오늘은 괜히 내게 주어진 하루를 놓고도 반성하는 시간을 볼모로 잡고 오랜만에 추억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여행을 한답시고 일기장을 펼쳐놓고 보니, 눈감으면 보이는 고샅, 옥수수 낟가리가 있던 비탈진 밭 뙤기들, 삐삐가 지천이던 들판, 토끼풀, 여뀌가 많던 논배미, 골짜기를 휘어잡고 흐르던 맑고 긴 물길, 그 속에서 헤엄치던 친구들까지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는 고향 풍경이 흑백영상으로 잔잔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초등학생시절 철없이 선생님께 반항하다 엉덩이가 멍투성이 되도록 얻어맞고 안티프라민을 발라주며 사랑의 증표라고 하시던 선생님의 그 사랑이 넘쳐흐르기도 했고 중학교 때 상급생 선배의 자취방 문틈으로 이름 없는 연서 한 장 끼워두고 밤새 잠 못 자고 그 편지의 주인공이 나인 줄 눈치챌까봐 가슴 조였던 이야기, 하지만 그 오빠를 엄마 돌아가셨을 때 장래식장에서 2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뛰고 가진 만남 속에서도 그 시절의  추억이 있어 화장 안한 얼굴, 울어서 얼굴마저 퉁퉁 부은 모습으로 보면서도 편안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어렵사리 공부하던 대학시절 결국 중도 포기를 하고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기까지의 수없이 많은  갈등과 고민스런 이야기에서부터 최근에 중학교 동창모임 사이버 카페를 개설하여 그 카페의 마담이 되어 동창들을 하나 둘 모으고 졸업한지 25년 만에 첫 동창회를 기획하면서 감수해야 할 이런저런 짐들을 고민스럽게 털어놓고 결론 내는 나만의 공간이 있어서 그나마 덜 힘들 수 있었다는 안식처의 역할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렇듯 청정하늘의 별같이 수많은 우리네 수심과 이야기들이 얼기설기 얽혀서 내 삶을 열어가는 밑바탕이 되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고마운 일기장을 다시 보니 그 공간을 통해서 자연히 질서를 만들고 선과 악을 구분하며 사회라는 굴레 속을 공존하며 살아가는 도태가 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없었다. 과거 또한 내일을 열어가는 촉매 같은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요, 그래서 일기는 쭉 써가야 하며, 가끔씩 묵은 일기장을 열어보며 그 시절을 반추하고 반성 한 일 있었다면 그 결심대로 잘살고 있는지 점검도 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어지간히 다시 묻어두기는 싫은 추억들이 두런두런 자리하고 있나보다. 딸아이 책상을 정리 하겠노라 할애했던 시간들을 다시 내 추억여행으로 다 허비해 버렸다. 오늘도 일기장을 가득 채울 이야기만 몽땅 만들어 내면서.
그래서 어쩌면 일기장은, 아직 완결 못한 장편소설이라 생각한다.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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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필이 올라오면 며칠을 벼르다 댓글을 달게 되거나 놓치게 됩니다. 여유가 있는 시간에 다 읽게 되면 오늘처럼 바로 달 수 있어 좋구요.. 아이들의 일기장은 늘 무슨 선고라도 받는 기분으로 읽어보게 되더군요. <니 속을 다 알고 있지> 하는 엄마의 자만심이 늘 뭉개져 버리기 일쑤니까요. 작가님의 따님은 참으로 올곧게 자라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님 또한 얼마나 알차게 살아오시고 또 살아가시려 하시는지 저절로 보여지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장편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오늘도 무대 위에 서 있나 합니다. 해피엔딩의 그 날까지 늘 행복하시고 건필하십시오.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을 말하자면 소설인데
누가 써 주느냐에 따라
맛깔난 소설이 되고
진지한 이야기거리도 되고 그러겠죠.
항상 즐겁게
일상을 바라보시는 작가님의 열정에
이 더운 여름에
시원한 폭포수를 만난 것 같은 감동 한 바가지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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