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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시기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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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수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229회 작성일 2007-07-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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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시기 예찬
                                                                                                                                                    月峯 / 최수룡

  나는 술을 많이 먹고 숙취로 고생을 할 때면 아내에게 갱시기를 끓여 달라고 한다. 갱시기는 술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술이 만취가 되어 자고난 뒤 속이 쓰리고 아무것도 먹지를 못할 때, 다른 어떠한 음식도 입에 대지를 못하지만 갱시기만은 속 풀이로 먹는다. 이것도 일종의 편견일는지 모른다. 내 어릴 때 선친이 술을 많이 자시고 몇 날 며칠 앓아누워 계실 때면, 어머니께서 항상 정성으로 끓여 주시던 갱시기를 잡수시고 거뜬히 일어나셨던 모습을 보고 그것을 먹어야 속이 풀어진다는 잠재의식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갱시기는 경상도 북부지방에서 주로 끓여 먹는 죽의 종류이다. 우리 어릴 때는 집집마다 식구들의 수가 참 많았다. 집집마다 식구들이 칠팔 명 정도는 보통이었다. 보통 한 집에 평균 형제자매가 다섯 남매는 되었기에 많은 집은 열 명도 넘었다. 그 당시에는 도시에 취직하는 사람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거의 농사를 지으며 함께 살았다. 그러다 보니 한 가족의 식구들이 먹는 양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래서 음식의 양을 늘려서 먹기 위한 방편으로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찬밥을 넣어 끓여서 먹었던 것이 갱시기이다. 음식의 양을 늘리기 위해 고구마, 수제비, 국수 등을 넣어 음식의 양을 늘린 후 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은 참 맛이 있었다. 특히 일하지 않는 겨울철 점심으로 많이 해 먹었다.

  갱시기를 조리하는 방법은 우려낸 멸치국물에 마늘, 송송 썬 묵은 김치를 넣고 한번 끓인 다음 콩나물, 고구마, 느타리버섯을 넣고 콩나물이 익을 때까지 끓인다. 그 후 찬밥 한 공기를 넣고 계속 끓인다. 보통 국물이 약간 걸쭉해지기 시작할 때까지 끓이는데 식성에 따라 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음식의 양을 조절하기도 한다. 밥을 넣기 전 국물을 한 두 국자 떠 놓으면 음식이 완성된 후 농도 조절하기가 수월하다.

  떡국 떡은 다른 냄비에 물을 끓여 한번 익힌 다음 거의 완성되었을 때 넣어 잠깐 끓인다.(국물이 뻑뻑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지막에 다진 파를 얹어 약간 익힌 후 깨소금을 뿌려 그릇에 낸다. 이렇게 조리한 갱시기는 보통 세네 그릇은 거뜬히 먹어치운다. 엄청나게 많은 양을 먹지만 죽이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고 속도 편안하다.

  결혼 초에 장모님이 우리가 사는 신혼집에 오셨다가 우리가 만들어 먹는 갱시기의 엄청나게 많은 양을 보고 저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먹을 것인가 은근히 걱정을 하였다가 우리가 먹는 양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두고두고 하신 일이 있다. 그만큼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바로 갱시기인 것이다.

  가끔 술좌석에서 해장국 이야기가 나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기 지방의 해장국 예찬으로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언젠가는 갱시기에 대한 예찬론을 펴다가 갱시기 뜻에 대해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갱시기라는 말을 모르기 때문에 생소하여 가끔 무슨 뜻인지 물어볼 때가 있다. 내가 갱시기를 좋아하지만 나 자신도 갱이 막연히 제사상에 오르는 갱(羹), 즉 무와 다시마 등을 넣어 끓인 제사에 쓰는 국. 메탕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갱시기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 나물 등으로 만든 국에 밥을 같이 넣어 끓인 국밥을 말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갱시기 일까? 갱은 제사상에 올리는 ‘메와 갱(羹)’ 할 때의 그 갱인 것 같다. ‘메’는 밥이고 ‘갱’은 무 같은 야채와 다시마를 넣고 오래 끓인 국이다. 갱시기는 갱식(羹食)에서 파생된 말 그대로 물이나 국에다 밥을 넣고 끓여서 만든 죽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쌀을 넣어 끓이는 죽과 달리 이건 한번 밥이 된 것을 다시 끓인다는 게 다르다. 그러고 보니 갱시기는 ‘다시 고친다.’ 할 때의 ‘갱’(更)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밥과 반찬을 다시 모습을 바꾼 음식이라는 뜻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속 풀이 해장국으로 밤늦도록 갱시기는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야기가 이어지곤 하였다.

  지역마다 속 풀이 해장국이 다양하여 각자 자기 지방의 해장국이 최고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예찬론을 펼치게 된다. 인간의 생활은 자연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생산되는 산물이 다르고, 해장국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다.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들을 통해 나름의 속 풀이를 하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

  서울에서는 사골 국물에 토장을 푼 해장국 집이 많고, 부산에서는 복국이나 재첩국이 인기를 끈다. 전주나 진주는 두 지역 다 콩나물 해장국이 많지만, 전주의 해장국은 콩나물이 중심이요, 진주의 해장국은 조개를 넣어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호남 지방에서는 해장국으로 콩나물국을 으뜸으로 친다. 특히 전주는 콩나물을 삶아서 나물은 건져서 양념하여 고루 무치고, 국물은 따로 만든 멸치장국과 합한다. 뚝배기에 밥을 담고 콩나물 무친 것을 얹고 국물을 가득 부어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뚝배기 째 끓인다. 펄펄 끓을 때 달걀을 하나 깨뜨려 넣고 깨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리고 불에서 내려 바로 손님에게 내준다. 콩나물국밥에 곁들이는 모주(母酒) 또한 별미인데 대추, 계추, 흑설탕, 찹쌀로 만든 막걸리이다.

  부산에서는 재첩조개에 소금 간을 한 재첩 국이나 대구머리에 무를 넣고 맑게 끓인 대구뿔국도 시원하여 해장국으로 인기가 있다. 대구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구탕은 뼈가 붙은 쇠고기를 결이 풀릴 정도로 푹 고아서 파, 풋고추, 부추, 토란 대, 마늘 등을 넉넉히 넣어 끓인 매운 국을 말한다.

  충청도 청주에서는 해장국으로 ‘올갱이국’을 끓여 먹는다. 올갱이 속 알맹이를 삶아 우러나온 파르스름한 국물에 된장을 풀어 넣고 고추장과 마늘로 양념하여 부추를 많이 넣고 푹 끓인 다음 이 국물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힌 올갱이를 넣어 잠시 더 끓이는데 해장에도 좋고 속병이 있는 이도 즐겨 먹는다.

  오늘 아침에도 갱시기를 끓여 먹자며 아내에게 부탁을 하였더니, 구수한 갱시기 죽의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우리가 살기 어려울 때 음식의 양을 늘려 먹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허기진 배 고품을 달래게 해 주었고, 나물죽으로 건강을 유지하게 해 주었던 갱시기는 아련히 옛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리운 고향의 맛이기에 오래도록 잊지 못할 속 풀이 해장국으로 칭송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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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갱시기가 맛 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끓여주시는 그 어머니의 손맛
아내의 손맛이 더 맛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한 쪽 가슴이 뜨끔해져 봅니다.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금동건 시인님, 손근호 발행인님, 한미혜 시인님, 김영숙 작가님 찾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자주 글을 올리지 못함을 부끄럽게 생각을 하며,
좋은 덧글에 빚진 마음만 하나 가득안고,
바쁘다는 핑계로 변명만 둘러대 봅니다.
더위에 건강하시고 항상 즐거운 일만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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