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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과 청동조각상 그리고 여자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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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332회 작성일 2007-08-31 15:55

본문

낮술 마셨습니다.
이제는 내 글에 그대를 쓰지 않고
부르지도 않겠습니다.
가라앉는 얼굴 들고 불어오는 가을바람 맞이해
언덕길 내려오고 있습니다.
몸에 달라붙는 사람 옷자락에 묻어난 공기
몰려오지 않아도 좋을 대낮
낮술 마시고 그대 빠진 휘청거리는 거리
아무도 맞이하는 이 없어도 걸어 내려오렵니다.
알 수 없는 곳에서 전화 왔어요.
부동산 회사래요
나는 무지개 노래 듣고 있기에 전화 끊었습니다.
마음 갈 곳 잃어 헤매 가라앉는
환한 강물 흐르는 하루
네 개 치아 빠진 입으로 가을바람은 들어와
추워질 12월 기약하며 한쪽 치아로만 음식 씹어야
가을바람 마중 나갈 길 찾는 멈춰진 날
낮술과 함께 먹은 오리고기는
어제 밤 먹은 삼겹살과 소주를 밀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이제 오리고기 만 남아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날 기다리며
내 귀는 다시 쓰지도 않고 부르지도 않을
맹세한 그대 전해준 가슴에
보라색 물감 짜는 힘으로 다가선
작은 힘이 몰아친 선율이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어찌 할 봐 몰라 몸부림 쳐도 들려오는
이 가슴 때리는 선율에 못 견디어
나는 여자 방으로 들어가 여자가 몇 명 있는지
확인하여야 만 합니다.
두 명 여자는 지금 성 경제학 공부 중입니다.
사 등분된 모니터 사분의 일 자리에서 나온
여자 방에 또 올라가 가을바람 불어오는 낮에
남자가 걸어 놓은 벽걸이 에어컨이 꺼져 있는지도
확인하여야만 합니다.
에어컨은 켜져 있고 창문 반쯤 열려있습니다.
낮술 내 몸에서 서서히 빠져 나가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청동조각상이 수줍게 고개든 거듭나기 찾아 들고
무슨 공부하고 있는지 물으려 여자 방으로 들어가렵니다.
아랫배가 아파옵니다.
낮술과 함께 먹은 오리가 몸속에서 쾍쾍거려
두루마리 화장지 들고 어디론가 올라갑니다.
오늘도 대낮에 낚지 볶음 소주 두 잔과 먹고 마셨습니다.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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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서 밤에 술을 마시는 모양입니다.
잠에 빠진 오리, 몸속에서 꽥꽥거리지 않을테니까요.ㅎㅎㅎ
즐감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김성회님의 댓글

김성회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좋은글 즐감하며
이 아침의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지게 합니다.
오늘도 기쁨 가득한 행복한 시간이시길 바랍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밌는 시.. 감사히 뵙고 갑니다.
술을 좀 마실 줄 안다면 더욱 재밌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말에도 행복하세요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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