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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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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2,180회 작성일 2007-09-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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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나들이
                                                                                                                            김 영숙

다람쥐가 알밤을 감추는 산마루에 서면 고향집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솔바람 솔내음에 귀를 씻고 눈을 씻고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고향의 정취를 마음에 담는다. 눈길만 마주쳐도 들녘을 지키던 찰옥수수대가 가을바람에 흐느적거리며 나의 고향 방문을 환영 해  줄 것 같다. 황금빛 쌀 바람이 들녘을 쓸며 성큼 성큼 걸어가 햅쌀밥 먹으러 고향집 툇마루에 나보다 먼저 가서 맞이해줄까 은근한 기대도 던져본다. 어쩌다 비탈진 밭 줄기엔 수확을 끝낸 수수목이, 어둠이 내리면 산자락 타고 내려오는 감자도둑 멧돼지 때문에 밤새 잠복군무 벌이다 지쳐, 갈바람의 애무에 평온한 단잠에 빠져들어 나를 반기지 못해도 서운치 않을 것이다. 길가의 구절초는 여전히 도도하게 피어나 하늘하늘 손 흔들며 어서 오라고 할 터이고, 지게 가득 소꼴을 지고 싸리문을 들어서시다 하얀 이 드러내며  미소 한 소금이  딸 친정나들이 환영의 전부지만, 그래도 그 구릿빛 얼굴이 정겹고, 노을 젖은 텃밭에 나와 고갯길까지 목 빼고 자식들 기다리시는 어머니가 낯익은 풍경처럼  서 계실테니까.

지금도 동산의 알밤 나무에서는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후두둑" 알밤이 쏟아져 내릴지도 모른다. 그 관경을 보고 탄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알밤을 주워 주머니속 하나 가득 채우던 꼬마들은 없지만 대신 다람쥐들의 놀이터가 되어있을지도 모를일이다. 또한 둘만의 비밀장소에 밤 한 톨 심어두고 보고 싶을 때는 언제라도 와서 자라는 나무를 지켜보자며 밤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아 의미를 알 턱없는 사랑놀이 하던 소꿉친구도 여전히 그때의 약속을 기억하며 나처럼 그리움에 젖어 추억을 공유하고 있지나 않을까 내심 혼자만의 바람에도 정겹다. 마을이라야 고작 여섯 집 밖에 안 되는 산골 마을 어귀 그 친구 집 우물에선  여전히  샘물이 솟아나 한 바가지씩 퍼마시면 세상 속에서 찌든 응어리가 시원하게 풀릴 것 같고, 그 샘물가 사과나무는 여전히 빨간 사과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 농익은 사과를 따 먹으며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 하는 코 흘리게 친구들은 만날 듯하다.

아직은 낡고 고달픈 얼굴들이 그리움의 잔해로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지만 그립다고 그림을 그리듯 도화지에 하나 가득 그려 넣으면 되살아나는 풍경이 아니기에 더 간절한가 보다. 풍성한 계절을 돌고 돌아 십 수 년 세월의 뒤안길에서 이제 다시 찾아가도 정든 고향은 옛 기억 속의 풍경이 아니다. 반가이 맞아 줄 부모님도 안 계시고 산골마을을 오르는 오솔길은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풀밭인지 모를 정도로 들풀이 한질은 자랐다. 하지만 마음속의 고향은 늘 옛 정취 그대로 마음 한구석에 저장된 채 덩그러니 산골마을을 지키고 있어 기억의 편린으로 엮어내기도 하니 참 다행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이  한 획을  남기고 떠나가는  구월의 중간쯤에서  맞이한 추석연휴를 보내며 ,먼 거리인 탓도 있지만 맏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명절 때 고향 한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한 서운함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늘 이렇게, 강원도 산골 풍경 하나하나를 되새김질하며 높이 이는 바람에 첫 별 뜨는 시각, 옹기종기 앉아있는 고향을 산국처럼 몽실몽실 피워서 내 마음 속으로 시나브로 흘러 들이는 중이다.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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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영숙 작가님!
마음만으로 하시는
고향 나들이 한 폭의 그림을 보듯
구구절절 재미있고 향수에 젖어 마치
내 고향 오름 아래 서 있는 착각을 품 겨 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민족 대이동의 시작이겠습니다. 부디 서방님
고향에 들르시어 분주한 시중과 시부모님 시댁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시고 맏며느리로서의 즐거운 추석과 한 때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올해는 유난히도 밤알이 굵습니다.
천천히 숙독하노라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밤나무 밑에서 밤을 줏는 것만 같습니다.
글향처럼 복된 한가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히 머물다 들어 갑니다^^

김영숙님의 댓글

김영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원진 시인님 박기준 시인님 그리고 박명춘 시인님
한가위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깊어가는 가을 넉넉함이 함께 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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