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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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665회 작성일 2005-09-07 13:23본문
왜, 우리 어릴 적에 그런 거 있었잖니. 러닝셔츠 하나만 걸치고 고추 달랑달랑 내놓고 다녔잖니. 아랫도리는 내놓고 촐랑거리며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녔었지. 바지에 오줌 싼다고, 사타구니에 습진 생긴다고 자연풍 잘 통하라고 그랬었지. 엄마들의 지혜였나 봐, 기억나지, 그치? 우리 할배랑 할매가 고추 하나 달라 하면 러닝셔츠 배꼽 위로 걷어 올리고 고추를 쑤욱 내밀어서 고추 하나 따다가 할매 입에 하나, 할배 입에 하나 넣어드리고 했었지. 그러면 할배랑, 할매가 하시는 말씀이 아이~ 고소해. 하셨더랬지.
어찌 장날이라도 다녀오신 날이면 할매는 좀치 속에서 하얀 종이로 싼 무엇인가를 끄집어내셨지. 그건 아미다마였었지. 할매가 주시는 아미다마 한 알 얻어서 입에 넣고 신이 나서 엄마한테 달려가서 자랑을 하곤 했었지. 옆에 계시던 동네 아주머니가 맛있겠다. 나 좀 줄래? 하고 물어오면 얼른 엉덩이 뒤로 아미다마를 숨겼었지. 엄마가 나 좀 줄래? 하면 난 “한 번만 빨아 먹어야 해” 라고 말하고 엄마 입에 아미다마를 갖다 대 주었었지.
어쩌다가 동네 아줌마한테 꼬여서 한 번만 빨아먹고 준다 하고는 입안에 넣고 파삭 깨물어 먹어버리면 나는 땅바닥에 발을 동동 구르며 대성통곡을 하곤 했었지. 재미있다는 듯이 보고 있던 아주머니가 줌치에서 몇 개의 아미다마를 나에게 주곤 했었지. 그러면 난 못이기는 척 눈물을 멈추곤 했었지. 우린 그랬었지. 너흰 어땠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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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참으로 이야기가 고소 합니다. 고소한 이야기를 글로서 표현 하는 능력 그것 또한 달란트가 아닐까 합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그림처럼 유년이 지나갑니다 잘 보았습니다.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흑백 사진을 천연색으로 바꿔주신 정해영님에게 감사를...
밝게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