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우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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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889회 작성일 2007-10-09 09:40본문
시/김석범
황당무계한 일이다
지난 설 때 배 아파 입원했다가
한가위 맞이하기 전에 황급히 본향으로 가셨다,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을 터인데
쩌렁쩌렁 사회를 보시는 모습
시원스럽게 내뱉는 육두문자
쓰디쓴 소주를 게걸스럽게 들이켜는 자태
경인고속도를 향하며 둘만의 좁은 공간에서
얼굴 붉히며 얘기했던 그 모습이 눈을 찌르고
물레방아처럼 하염없이 맴돌고 있는데
하얀 국화꽃을 한 아름 안은 신단에서
미소만을 남긴 채 홀로 있으니 짧은 인연의
무상함에 좋아하시는 술 한 잔 드립니다,
인생은 한때 왔다가 사라지는 이슬 같다고
또 고독한 길 따습게 가시라고 뿌리치는
손짓에도 담배 한 모금 올렸지요, 연기처럼
살다가는 인생의 허무함을 익히 아시는지라
어느 누구를, 어떤 종교를 가져야 선배님이
다시 살 수 있는지를 묻고 싶어 제 몸이
술병이 되어 비 오는 거리를 뒹굴기도 했지요
외롭고 젖은 길 편히 가시라고
휴대전화 꺼내어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이승에서 못다 한 인연 저승에서
이어보자고요, 부디 잘 가소서 형님아“
댓글목록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께서 고인에게 문자를 띄우는 마음에 저도 편지를 써봅니다.
아버지! 제가 당신이 바라는 대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계시죠.
그 곳에서도 잘 보고 계시리라 믿어요.
엄마 누우실 그 자리를 보고 기다리시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해요.
울 엄마 20년 정도 더 저를 이뻐해 주고 그 곳에 가게 해 주세요.
당신이 엄마에게 그렇게 지극하셨던 것 처럼 저도 그렇게 하려는데 잘 안되요.
제발 한 쪽 어깨마저 축 처지지 않게 해 주세요
꼭 들어 주시리라 믿어요 .
당신의 딸 미혜올림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슬 푸른 삶의 흔적 고스란히 남겨두고
들꽃처럼 꺾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결코 황당무계한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늘 잊고 삽니다.
살아있음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명복을 빌어드리며,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까운 분의 이별은 가슴아픈 일이지요.
이생이나 저생이나
늘, 함께 지지고 볶는것이 그래도 인간적이지요.
가장 인간적 이어야 할 시인입니다.
슬픈 것은 슬픈대로 가슴에 담아야 겠네요.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숨쉬고 움직이고 살아 있음이
기쁜일 인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박정해님의 댓글
박정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점우형님의 죽음앞에 술병처럼 뒹굴며 오열하는
김석범시인님의 마음, 애정을 기울였던 분이신것 같군요
마음 추스리시길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날 갑자기 닥쳐오는 가까운 우리 주변분들의 부음에 몸이 떨려오고
눈시울이 붉어지곤 합니다. 어찌할 수 없이 누워있는 주검의 그림자 밟고
지나가는 우리들의 걸음에 그림자는 다가왔다 사라지곤 합니다.
슬프신 마음 어서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