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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낙엽과 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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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703회 작성일 2007-10-16 13:09

본문

오솔길에 쌓여있는 낙엽이 그대 작은 기침소리에도 뒹굴고 있습니다.

기침과 함께 내어 준 그대 맑은 침 내 얼굴에 묻어도 닦지 않고 내 얼굴에서

마를 시간만 기다려 그대에게 다가섭니다.

아직 남아있는 그대 맑은 침 마르지 않고 기다려도 기다리게 만드는

그대 마른 기침소리 이 가슴 때려 큰 울림으로 들릴지라도 내 귀 지금

가려움에 못 견디어 그대 윤기 나는 소리만 들으려 막아둔 귀마개 한 쪽 열고

아주 작은 구멍으로 이쑤시개 흔들어 하나를 꺼냅니다.

양쪽 끝 포족해 귀 후비면 아픔 다가와 부러뜨렸지만 너무나 날카롭게

잘라져 버려 또 다른 이쑤시개 꺼내 한 쪽 끝만 힘주어 잘라 귀에 넣고

가려운 곳 긁습니다. 그대 이야기 내 이야기 소식 전해준 가려움

이내 사라져 그대 소리만 들으려 귀마개 귀에 덮습니다.


누구의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그대 소리만 들려와 오솔길 걷는 발걸음에

밟힌 낙엽 부서지는 소리 아직 다 마르지 않은 그대 맑은 침 말랐다는

소식 전해주고 사라집니다. 또 다시 한 쪽 귓구멍에 가려움 호소해 오지만

이제는 참고 그대 소리 그대로 들으려 아직도 천만 번 귀에 들어갈 수 있는

이쑤시개 멀리하고 오솔길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한 쪽 귀마개 열면 그대 소리 한 쪽 가슴으로만 들리고 막으면 온 가슴에

울려 퍼져 부러진 이쑤시개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이제야 생각나고 들려왔습니다.

어젯밤 귀마개도 없이 귓구멍 가려움 찾아와 그대 검은 머리칼 보다 너무나 가는

순백색 숨결 천만 번 감고 감은 솜방망이로 귀 후비던 시간 우리만의 공간

무거운 공기 빨아주던 환풍기 스위치 꺼 죽어서 흐느끼는 소리.


오솔길에 있지 않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대 갇혀있는 냄새나고 무거운 공기 가슴 밖에서 빼냈다면

오늘 나는 가슴 안에 감돈 큰 터널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

한데 뭉쳐 낙엽 되어 뒹구는 솜이불 냄새 그대로 몸에 배게

우리의 환풍기 스위치 끄렵니다.


그대 허물없이 벗어놓은 산처럼 무너진 잘록한 허리까지 있는

긴 스타킹에 오솔길에서 주어온 낙엽 모두 집어넣어 형광등 손줄에 매달아

천장 야광 은하수 별 반짝이게 형광등 불 끄고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그대의 오솔길에 낙엽이 덮이지 않는 것처럼 스타킹 안 신은 맨 살

유난히 윤기 흐르는 맨 살 긴 두 다리가 좋습니다.

그러나 그대 아무대서나 허물없이 스타킹 벗고 허물어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솔길에 낙엽 뒹굴고 어느 여자 어디서 벗은 지모를 가는 허리 없는

두 스타킹 바람에 날려  엉켜 낙엽 감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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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솔길에서
주어온 낙엽 모두 집어넣어 형광등 손줄에 매단 천장
야광 은하수 별 반짝거리는 그 움직임을 따라
동공이 움직일 때
그 때의 움직이는 기쁨은 얼마나 크던지요?
저도 따라해보며 참 행복했답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행기 안에서 잠시 잡음 막으려면
귀막이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요즈음
스타킹도 5발 가락 다 만들어진 제품이 나와 애용자
늘어 갑니다. "낙엽 진 오솔길의 벗어둔 스타킹" 소설의 제목도 될 것 같네요...,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스타킹 얌전히 신은 맨발로 낙엽 쌓인 길을 걸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한국엔 단풍과 낙엽이 지천을 이루는 현란한 가을일 것 같습니다.
행복하신 가을 보내세요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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