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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결혼!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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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1,013회 작성일 2007-11-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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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신고합니다

                                                                                                                                                      김 혜 련


  그 해 겨울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그 때까지 맞선이란 것을 딱 한 번 본 것밖에 없는데, 공교롭게도 그 남자에게 마음을 뺏겨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맞선 본 지 두 달도 채 안 되어 속성결혼을 해버렸으니 당시 나의 상태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1991년 그 시절엔 교사인 미혼남녀가 서로 결혼을 결정하고 나면 반드시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 교감선생님은 물론 배우자가 될 사람이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 교감선생님한테까지 결혼 소식을 미리 알려야 하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었다. 일종의 결혼신고 절차를 밟는 것이다.
  겨울방학 때 맞선을 보고 결혼을 결정했기 때문에 최소한 개학 전에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 교감선생님께 예비신랑감을 소개해야 했다. 방학이라 광주 본가에 가계시는 교장, 교감선생님을 예비신랑과 함께 찾아뵙기로 약속을 하고 그분들의 허락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 전날까지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시커멓게 얼굴빛을 바꾸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광주에서 저녁식사 이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전신을 훔치고 가는 카키색 칼바람이 어수선하게 불어대더니 이윽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곳 순천은 눈이 귀한 곳이라 눈에 대한 공포보다 환상이나 낭만을 가지고 있기 쉬웠다. 그러나 광주는 다르다고 했다. 남도치고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했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순진했던 때라 혹시 내 쪽에서 그 분들과 약속을 못 지키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생기고 불안해졌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예비신랑인 그 사람과 흩날리는 눈발을 감상하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겠거니 하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당시 남편은 낡고 오래된 중고 승용차를 구입해서 타고 다녔는데, 그 승용차를 단 둘이 타고 눈발이 흩날리는 도로 위를 달릴 생각을 하니 공연히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눈은 내게 낭만적 소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눈 내리는 밤거리를 달릴 생각만 해도 그저 좋았을 때였다. 차창으로 흩어져 번지는 눈꽃은 어떤 꽃나무에 피어 있는 꽃송이보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했고, 윈도우 브러시로 쓸어내기도 버거울 만큼 쌓이는 눈더미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까지 들었다. 운전을 하고 있는 그의 오른쪽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내려놓고 기대고 싶은 욕망이 생길 만큼 따뜻하고 포근했다. 그러나 낭만은 거기까지였다. 환상은 더 이상 펼쳐지지 않았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눈발은 가히 폭력적이었다. 눈과 성에가 범벅이 되어 도무지 시야를 확보할 수 없었고, 윈도우 브러시가 얼어서 차창에 쌓인 눈더미를 제거하기조차 힘들었다. 그것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했다. 그러나 더욱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것은 도로가 얼어서 차가 중심을 잃고 자꾸만 미끄러져 내린다는 것이다. 도로의 경사가 조금만 심해도 차가 그곳을 올라가지 못한 채 자꾸만 뒷걸음질을 친다는 사실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러다 도착지에 갈 수 없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결혼도 못하고 동태가 되어 죽거나 사고가 나서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숫제 공포였다. 방금 전까지 꿈꿔왔던 낭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시커먼 공포가 덕지덕지 엉겨 붙어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차를 타고 온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내려 눈을 치우고 서로의 차를 밀어주고 눈보라 속에서 추위도 잊고 애쓴 덕분에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와 거북이걸음만큼 느린 속도로 승용차는 움직일 수 있었다. 
  그 밤 그렇게 눈보라 치던 도로 위를 승용차는 기듯이 움직여 밤이 깊어서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물로 준비한 것들은 동태처럼 얼어있었고 그와 나는 비로소 심장 끝에 얼어붙어 있던 숨을 토해낼 수 있었다.
  밤이 너무 깊어 교장, 교감선생님 댁을 방문한다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눈보라를 뚫고 살아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그분들에게 결혼신고를 해야 했다. 그 날 밤 결혼신고를 하지 않으면 결혼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언가 확실치 않은 불안감 아니 주술적 공포까지 밀려왔다.
  두 분 댁을 방문하여 “저희들 결혼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을 때 전신으로 복받치던 감회는 결혼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다. 가슴이 울먹거리고 코끝이 찡해서 도무지 얼굴을 들지 못했던 그 순간이 나에게는 눈에 얽힌 지울 수 없는 추억의 한 장면이다.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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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척이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네요.
당시야  땀나는  사투였겠지만...
행복이 그렇게  영원 하시기를....
김혜련 선생님.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온 시인님,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정신이 없느 가운데서 쓴 글이 사실은 어수선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동인지의 원고 마감날이 임박해서 정신없이 썼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구성도 질서있게 다듬고 문장도 다듬을 수 있을 텐데 요즘은 그저 정신이 없습니다. 순천고등학교 교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제 나름대로 동인 활동도 해야지 학교생활도 해야지 잡무 처리도 해야지 학생생활지도도 해야지 참 정신이 없네요.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결혼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언가 확실치 않은 불안감
속에서 무사히 마친 결혼신고!
생생하게 글로 잘 읽었음을
저도 보고
드립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금동건 님,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도 야자감독입니다. 22시 30분이 넘어서야 퇴근합니다. 심란하지요. 벌써 겨울입니다. 모두 모두 건강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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