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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新婦 너의 神父 書簡文<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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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548회 작성일 2007-11-27 12:12

본문

푸른 산 아래 바닷가에서 왜 각기 다른 영혼이 묻어난 파도를 맞고 밀려오는 더 두꺼운 영

혼 묻은 파도를 맞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계속 서서 파도를 뒤집어쓰는 당신이 가련합니다.

당신은 여러 파도를 얼굴에 덮고 하나의 하얀 미사포처럼 머리에 면사포 쓰고 한 번 만 있

으면 좋을 결혼식에 성당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나는 사제서품 받고 새 사제 학교에서 나와

다음 주 화요일 첫 부임지 약현 성당으로 가야만 합니다. 나를 신랑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30년 어렵게 키우신 어머니의 눈물이 보입니다. 소신학교에 들어가지 싫어하는 나를 어머니

는 눈물로 달래고 어르시며 하얀 비단길을 깔아 놓으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나의 新婦가 아

니지만 나는 당시의 神父입니다. 대신학교에서 베개 머리에 눈물 묻고 찬바람 불러오는 교

정에 나와 밤하늘 쳐다보고 다시 방에 들어가 하지(下肢)의 흔들림에 참지 못하고 다시 나

와 바라 본 하늘에서는 전에 보이지 않던 둥근 달이 보였습니다. 당신의 검은 두 눈과 움푹

파인 볼 자국이 달에 어려 베개 머리 눈물 마르기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달이 움직여 고

개 돌리고 머리 들고 바라보아도 당신은 나의 新婦가 아닙니다. 당신은 어머니 보다 짧은

눈물 흘리는 여인입니다. 왜 당신의 음성을 들려주어 마음을 흔들어 났나요. 나는 하느님과

결혼한 사람입니다. 나는 알아요. 당신이 바닷가에서 여러 조각난 파도를 뒤집어쓰고 즐거

워한 모습을 알고 있답니다. 이제는 하나의 파도를 쳐다보고 유리조각 널려있는 백사장 바

닷가를 빠져 나오세요. 보지 못한 얼굴이라고 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얼굴을 보았

어요. 눈가 밑에 검은 화장 자국 있는 가을 햇빛에 숨은 영혼이 깃든 얼굴을 보고 말았답니

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신학교 앞 혜화서점에서 보고 말았지요. 당신은 ‘영혼이 깃든 그대

에게 보내는 육체의 향기’를 들고 있었지요. 나는 슬퍼했답니다. 나에게는 영혼이 있지만 육

체의 향기가 몸에서 배어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몸에서는 로만 칼라의 순결과 온 몸

위아래에 걸쳐 33개 앞 단추 달린 수단(soutane)의 검은 향기만 맡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당신 책상에 ‘오늘은 울지 않을 거야’ 당신이 손수 쓴 글씨가 붙여있나요.

겨울방학 맞이하여 삼청동 집에 왔을 때 바로 옆집 당신 어머니 점심 초대에 내가 격자 창살문 열고

들어가 본 문구입니다. 그날 어머니는 몹시도 불편해 하셨어요. 내가 당신을 만나는 것에 대해

어머니는 매우 불안해 하셨지요. 혹시나 내가 분심이 들어 신학교 생활에 차질을 빗을까 걱정하시곤

한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겨울방학 끝나고 신학교에 돌아와 나도 ‘오늘은 울지 않을 거야’

문구를 써서 붙였다 때곤 하였답니다. 흔들리는 종이의 울림이 마음으로 전해와 오후 두 시간의 묵상

시간에 두 눈 감은 눈을 여러 번 뜨고 나무 십자가를 뚫어지게 쳐다 보곤 했습니다. 나는 알아요.

내 영혼 순수한 마음의 화살이 비 오는 날 함께 쓴 우산 속에서 당신 왼쪽 가슴의 푸근한 눌림 속

떨림에 박혀 들어가 보라색 벙어리장갑을 그대 생일에 선물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 오른쪽 어깨에 전해진 부드러운 푹신한 감촉 잊으려 무던히 애쓴 목에 두른 영대(靈臺)의

흔들림이 있습니다. 이제 이틀 밤 그대 멀리하고 자면 첫 부임지 약현 성당에서 일요일

11시에 첫 미사가 있습니다. 부탁이에요 오지 말아주세요 제 잘못 인가요. 신부 교수님에게 들이는

부제(副祭) 기간 중 마지막 고백성사에 고백하지 못한 그대에 대한 마음의 흔들림이 이다지 깊었다면

마지막 순간 하느님의 棺에 수의 대신 수단(soutane)입고 들어가는 것처럼 검은 마음 뒤 집어 쓰겠습니다.

새벽 마다 전화도 하지 마세요.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는  별빛 떨어지는 눈물의 性愛입니다.

그러나 잊지 못하지요 아침에 걸려오는 전화 목소리는 아침 햇살의 영혼 묻어난 달빛 이라고

그대가 서울대학교 법대에 합격한 소식 전하며 왜 서울대학교는 신학과가 없냐고 불평한

그대 목소리 뒤로 하고 애원합니다. 저를 잊어주세요. 나도 잊어려고 밤하늘 달 품에 안겠습니다.

어머니가 내가 神父가 됐다고 신자 분들 앞에서 귀엽게 뻐기시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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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부님이 되어가는 여정에
묻어나는 인간적인 희노애락이 평화롭게 그려진 서간문 형태의
이 시인님의 시 -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방정민님의 댓글

방정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솔직히 시가 길어서 자꾸 내용을 까먹네요...;;
어쨌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실험적이면서 산문적인 느낌이 좋습니다.
그 신부가 이 신부인 것도...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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