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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026회 작성일 2008-01-29 08:55

본문

<바퀴벌레>


                  김 혜 련


풍덕동 882-7번지
그 낡은 집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잠을 기다리면 너는
잠보다 먼저 찾아와
내 이부자리 위에서
고공 점프를 즐긴다
락카칠이라도 한 듯
번들거리는 너의 등판은
푸드덕 푸드덕 휘잉 휘잉
신묘한 휘파람 소릴 내며
나의 전 재산 잠을 몽땅 훔쳐간다
너를 잡기 위해 파리채 들고
고공 점프를 흉내 내지만
번번이 엉덩방알 찌며 놓치고 만다.

그래, 차라리 서로의 존재
적당히 묵인하며 동거해 보자
삶의 모퉁이에서 만난 우리
어지간히 질긴 인연인 모양인데
애써 감정 싸움하며
에너질 낭비하는 것보다
가끔은 너의 먹거릴 챙겨 줄 테니
내 남편이 나타나면 적당히 몸 숨길 줄 알면서
그렇게 눈 피하며 동거 생활 해보자.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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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온 님, 최승연 님,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때 바퀴벌레한테 시달린 적이 있답니다. 집이 너무 낡아서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와 그들이 낳은 까만 알들과 숙식을 같이 한 적이 있답니다. 이젠 추억이지요.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밌어요 시인님.. 맛깔스럽게도 그려주셨군요.
바퀴벌렌 정말, 무지, 싫어요...  시인님의 글도 같은 바퀴벌레인데 싫지가 않군요. ^^*
고운 하루 보내시고 건필하십시오.

윤시명님의 댓글

no_profile 윤시명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를 드러내고 시를 쓰는 것 참 힘든데 님의 시가 가진 진정성의 눈을 느끼게 해주네요.
아마 님이 동거한 것은 바퀴벌레가 아니라 진정성의 숨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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