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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감히 나의 신비를 보려 하느냐 ? 나의 하얀 원죄를 (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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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순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397회 작성일 2008-02-26 22:09

본문

2008년 2월 17일 일요일 날씨 맑음
6시 46분에 팬션을 출발하여 성판악매표소에 7시 18분경에 도착하다
우리만 일찍 온 줄 알았는데 수많은 관광버스랑 등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겨울 한라산이 이토록 인기가 좋은가?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아이젠. 스패츠.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등반을 시작한다
우리가 걷는 길이 계단이라는데 눈이 어찌나 많이 쌓였는지
계단은 흔적도 없고 눈으로 다져진 눈길을 걷는다

한 사람이 걸을 수 있을 정도의 폭이 좁은 길이 점 점 옆으로 조금씩 늘어나
두사람 정도 걸을 수 있는 폭이 넓은 곳도 있다
앞 사람을 추월 할 수도 있지만 아차 하는 순간 경계 표시줄 옆으로 밀려 빠지면
그 깊이가 1미터도 넘어 나오기가 힘이 들 정도다

대체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
휴일날 서울의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에서 부딪히는 사람의 물결이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갈수록 늘어만 나는 등산객들로 인하여 산들은 신음을 토해내지만 그 신음 소리 내 몰라라 하고
휴일날 마다 꾸역 꾸역 산으로 산으로 몰려드는 수많은 등산인파를 보면서 고소를 금치 못한다

진달래 대피소 10시 20분 도착
12시가 지나면 통제를 한다는 곳이 여기구나
약 3시간 만에 여기 까지 왔나 보다

눈속의 진달래 대피소는 멀리서 보니 닥터지바고 영화에 나오는 통나무집 처럼 느껴진다
지바고와 라라사의 사랑이 눈꽃처럼 피어 올라 그만 내 가슴속이 설원에 핀 붉은 꽃같다
마른 진달래 나무가지가 두툼한 설의雪衣를 입은 자태는 천국의 선녀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대피소안으로 들어 가보니 질퍽대고 라면을 먹고 있는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시끄럽다
문 하나를 두고 대피소 안과 밖의 풍경이 천지차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바람이 잠을 자는 곳을 찾아 간식을 먹고는 정상을 향하여 흰 눈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천지가 흰빛이요 나도 희고 너도 희고 웃음도 희고 생각조차 흰생각뿐이다
주목나무 구상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땅 아래 까지 축 쳐진 나무가지위에
눈들이 하얀 지붕을 만들고 벽을 만들어 눈꽃 오두막집을 지어놓았다.
지금껏 산행 중 밥 먹을려고 만난 방 중 가장 아름답고 특이한 방이다
사람들이 그 속에 들어가 밥을 먹기에 우리도 아주 아담하고 어여쁜 눈꽃 오두막집을
발견하고는 아침에 만든 즉석 김밥을 먹다

땀을 흠뻑 흘린 탓에 몸도 가뿐하고 뱃속도 든든하니 발걸음도 가볍고 즐겁다
사방을 둘러보고 또 둘러 보아도 마냥 좋기만 하고 감탄사가 연발 나오는 풍경속에
힘든 줄 모르고 오르던 나는 갑짜기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정신을 가눌수가 없다
1800m 라고 쓰여진 표지석이 보인다. 한라산의 어깨 까지 올라 온 셈이다

가슴속에 희열이 들끓기 시작한다.150미터만 오르면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1950미터에 내가 서 있겠구나 생각하니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정상까지 150m 남았는데 금방 올라 갈수 있겠는데...
그러나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몸이 중심을 잃기 시작하고 발걸음을
제데로 뗄 수가 없어 비틀거리기조차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람과 싸우면서 비틀거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음이 보인다
누가 누구를 붙잡고 도와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심호흡을 하고 150미터야 , 난 올라 갈 수 있어, 여기 까지 왔는데
150미터 놔두고 그냥 갈 수 없어

멀티마스크를 했는데도 틈새 사이로 바람이 빰을 매서운 차가움으로 내리친다
몇년전 선자령의 그 혹독한 바람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도 하고
빰이 얼어붙는 소리도 들리는 듯도 하고
마스크안에서 콧물이 흐른다.
고도가 점 점 높아짐에 따라 휘몰아치는 눈을 담은 바람이 매섭다
빰은 얼어버린 것일까 ?
겨울산의 무서운 바람을 절감하는 순간 일말의 후회가 일렁인다
내가 왜 여기를 왔을까? 내 빰은 동상에 걸려 버린걸까 ?
그러나 이제 어쩌랴
죽음의 지대라 한들 나 거기를 꼭 오르리라

이 순간을 벗어 나게 해줄 구원자의 이름을 불러본다
라인 홀트 메스너 ! 그리고 토니 킨스호퍼 !
산행하면서 힘들 때 마다 내가 불러 보는 이름이다
라인 홀트 메스너는 이태리 사람으로 유럽 알파니즘의 거장이다
그는 8000미터 넘는 산만 대원 없이 혼자 수없이 다녔고
히말라야 최고봉인 14봉을 처음으로 완등한 사람이다

그는 저 높은 곳에서 나를 찾아 보는 것이다
등반가는 자기 자신일 뿐만 아니라 자기에 대한 비평가도 된다라고 말하면서...
'산위에서 더 높은 자기 인식이 가능하다 ' 라고 말한다

그는 8000미터 낭가파르바트의 암벽에 붙어서서 죽음을 불사하고 잠을 잔 사람이다
그는 히말라야에 몸을 갈아서 없는 길을 헤치고 나갔다.
그는 자신과 싸워서 이겨낸 만큼 나아 갈 수 있었고 이길 수 없을 때는 울면서 철수 했다고 한다

또한 제 2차 세계 대전 후 가장 빛나는 업적을 쌓은 독일 등반가의 한 사람인 토니 킨스호퍼는
죽음의 지대 눈밭속을 걸으면서
눈밭이 아니라 담배밭 사이를 걷고 있다라고 하면서 구사 일생으로 살아 남은자다

1900미터!
이제 50미터만 오르면 거기 흰사슴 한마리 있으려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외롭고 아름다운 하얀죄를 지은 흰사슴 한마리를 만나기 위하여
바람과 싸우면서 눈길을 걷고 있다

백록담
깊이 약 108m 규모 : 지름 약 500m, 둘레 약 3km의 타원형을 이룸,
사시사철 물이 괴어 있기는 하나, 바닥이 거의 말라 있음

전설에 따르면 오랜 옛날 이 호수는 매년 복(伏)날이 되면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던 곳이었다.
한라산 산신령은 이것을 알고 복날이면 북쪽 방선문(訪仙門)으로 내려가 선녀들이 목욕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가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복날 미쳐 내려가지 못한 산신령은 선녀의 옷 벗는 모습을 보고
그만 황홀경에 빠져 정신을 잃은 채 서 있었다.
산신령을 발견한 선녀들이 기겁을 하고 하늘에 올라가 이 사실을 옥황상제에게 일러 바치자
노한 옥황상제는 산신령을 흰 사슴으로 변하게 하였다.
그후 매년 복날이면 흰 사슴 한 마리가 이 못에 나타나 슬피 울었으므로
이 못을 '흰 사슴 못' 즉 백록담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드디어 백록담이다. 여기가... 감동이 전신을 휘감는다
안개와 눈보라가 백록담 주변을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겨우 난간을 붙들고 백록담을 보려고 시도했다가 칼끝으로 얼굴을 찌르는 바람의 광폭함으로 실패
이럴수가, 내다 볼 수도 없단 말인가 . 다시 한번 얼굴을 백록담 아래로 내 밀어 보는데 몸이 날라 갈 듯 하고
얼굴은 바람에 따가워서 견딜수가 없다.. 이런 .. 무슨 이런 바람이...
또 다시 시도 해본다 .. 점 점 바람의 속도는 강해지고 완전한 바람의 전쟁터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음을 절감하다

" 너희가 감히 나의 신비를 보려 하느냐? "
쩌렁 쩌렁 허공속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저 멀리 수평의 바다에서 바람은 오름을 휘감고 들판을 건너고 검은 돌더미를 치고 한라산 산 기슭을 올라와
가장 강건하고 사납게 화구벽을 치면서 미친듯이 울부짖는다.
통제 불능의 카오스와 같다
온 몸에 힘이 쫘악빠진다. 다시 시도해서는 안된다는 절망이 천리 벼랑밑으로 내리치닫는다

그래 포기하자
여기는 신의영역
제 감히 어찌 당신의 영역을 침범하오리
어찌 당신의 신비를 감히 억지로 보려하오리까
기다리겠습니다.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보여주소서...

계속 요동치는 바람소리를 뒤로하고 관음사로 하산하는 길은 어찌나 가파른지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주차장에 4시경에 도착하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한라산 정상 18.3km 산행시간 8시간 30분에 완등은 했지만
백록담 아래 무엇이 있는지 보지 못하였음이 못내 아쉽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저녁을 먹고는 용두암의 밤 바다랑 야경을 보러나가다
제주에는 참 전설도 많다
용두암은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 왔다가
산신이 쏜 화살을 맞고 바다로 떨어졌는데, 몸은 바다에 잠기고 머리 부분만
바다 위로 떠올라 지금처럼 용머리 모습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바다를 향하여 절규하고 있는 용의 목소리는 과연 무엇일까
가슴속에 알 수 없는 슬픔을 담고 크게 입 벌리고 바다를 향하여 울부짖는 듯한
용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목이 말라옴을 느껴 밤바다의 자꾸 바람을 마신다.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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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고윤석님의 댓글

고윤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 멋있습니다..한참을 읽으니 제가 등정한 기분입니다..
저는 등산은 많이 안해 봤는데 등산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작가님 행복하십시요..

신의식님의 댓글

신의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순애 시인님!
대단하십니다.
'산위에서 더 높은 자기 인식이 가능하다 ' 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2005.06.02일에 소백산 정상에서 우박과 함께 3시간 동안 내리는 폭우로 줄을뻔 했던 기억...
2006.12.28일에 선자령 능선에서 영하 30도가 넘는 혹한과 바람에 몸이 날리고
가지고 간 소주가 꽁꽁 얼어 끝내는 귀에 동상이 걸리는 악전고투 속에서도 400여장의 사진을 찍었던 기억...

산은 늘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여! 그대 이름 나약한 존재니라. 그러니 오만을 버리고 겸손하라."
1.2부의 산행 후기 고마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김 시인님~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위대한 산악인!
뉘 감히 그 용맹을 쫒아갈 수 있을까요?
더 높은 자기 인식 혼자만 하지 마시고
저도 데리고 가 주세용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탄도 재밌게 감상하고 갑니다.
전 제주도엔 눈이 안오는 줄 알았답니다.
눈 덮인 산이 여기 유타의 산 하나를 옮겨다 놓은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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