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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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엄윤성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8건 조회 1,181회 작성일 2008-04-08 06:13본문
그 바닷가
하교(下校) 시
주례(周禮)에서 서면(西面)까지 걸어갔던 것은 예사였다
갈 때마다 동행이 바뀌기는 했었지만
그때는 이유도 없이 그것이 그렇게 즐거웠다
새 친구와 몇 달 동안 그곳까지 걸어 다녔다
별 일도 없으면서
친구는 감사의 표시로 서면시장에서 칼국수를 사주곤 했다
나는 그 답으로 그를 배웅해주었다
친구의 집은 용호동에 있었다
24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었다
옛날에는 문둥이마을로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낯설게도 그곳에 바닷가가 있었다
가파른 계곡을 그 친구는 잘도 내려갔다
해변까지 한달음에 달려서는
그의 옆엔 항상 꼬마들이 있었다 그곳에 사는
그 만큼 순진했었다 그 친구는
몇 번은 해운대와 광안리가 보이는 바닷가에까지도 갔었다
한여름 날
산을 넘고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서야 그곳은 있었다
친구는 그곳에서 성게를 잡는다거나 수영을 하곤 했었다
친구는 그때 기타를 배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고아여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철새는 날아가고(El condor pasa)란 경음악을 무척 좋아했었다
꼭 기타로 마스터 하겠다고 나하고 약속했었다
그는 죽어서 결국 그 바닷가에 뿌려졌다
어처구니없게도 귀갓길에 깡패들에게 맞아서 죽었다
그는 평생 힘센 친구들에게 맞고만 살았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 불과 열일곱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바닷가에 가지 않는다
해운대나 광안리에서 바라만 볼 뿐이다
그는 지금도
그곳에서 천진스런 웃음을 흘리며 멱을 감고 있다
“야, 내 제법 헤엄 잘 치제? 내 실력이 보통 이 정도다!”
내 귀에는 언제나 그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나는 영원히 그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젠 그것이 나에겐 숙명이 되어버렸다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서면에서 주례, 칼국수(서면시장통내), 고등학창시절, 악동 친구들과 음악다실에 가기 전, 꼭 저녁 한끼를 해결 하는 곳이, 서면시장내에 칼국수 집이었습니다. 정겨운 곳으로 남은 기억입니다. 수 십년 전이군요. 벌써, 그 용호동에 그 바닷가에 친구의 슬픈이야기 가슴에 꽂히는 군요. 사람의 기억이란 그래서, 파도 처럼 스믈스믈 피어 나는가 봅니다....
고윤석님의 댓글
고윤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행인님도 아시네요..부산은 직장생활하면서 부산여대에 5번 정도 갔고 개인적으로는 2번 갔습니다..
정겨운 도시였어요..도시가 길게 뻗친게 인상적이었어요...시인님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바닷가!
낭만이 있지요>^^
주신글 즐감하고 갑니다.
이정희님의 댓글
이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엄윤성 시인님 안녕하세요
해운대와 광안리 부산에가면 꼭 들려서
기장가서 밥을먹고 오곤 했지요
작년에도 다녀왔는걸여 너무 아름답지요
그런 친구님을 두셔서 너무 좋으시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친구가 재일인걸여 ?
잘 감직 하셔서 힘들때마다 하나씩 꺼내 보세요
좋은글 즐감하며 행복한 시간을 잠시 걸어 봅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건필 하옵소서 ~~ ^-^
시인님 반갑습니다.
김효태님의 댓글
김효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픈추억 의 동심이 멍들었던 숫한세월속에
감추어 젔나봐요
가슴이 찡하고 내마음 고동 치네요
항상 가정의 평화 와 더불어 건필하세요~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단한 경험이 살아 움직이는 글은 어설픈 감상보다 늘 감동입니다.
귀한 글 감사히 뵙고 갑니다. 건필하십시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야, 내 제법 헤엄 잘 치제? 내 실력이 보통 이 정도다!”
내 귀에는 언제나 그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나는 영원히 그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젠 그것이 나에겐< 숙명이> 되어버렸다,,, 네. 무슨뜻인지 알것 같습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구가 그리워지는 바닷가의 추억이 비 내리는 저녁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 바닷가`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