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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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023회 작성일 2008-04-19 13:09본문
이 월란
검색 리스트에 오른지는 오래 되었다. 위험한 수배자가 된 지도 오래 되었다. 잡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도 저 끈질긴 미행을 따돌릴 재간은 없다. 잠시 열이 올라 누웠어도 거룩한 저승사자의 가운을 입고 나의 침상에 걸터 앉아 있다. 누워서 거저 먹을 생각은 말라고. 모기장 속에 모기를 피하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있었던 것처럼 그들이 쳐 놓은 그물망 속에 내가 들어 있다. 범인으로 지목되어 빈 속에 들어가 수박통처럼 세상을 부풀어, 죄의 온상같은 피밭을 울며 뛰쳐 나온 직후로 길이 닳도록 오가는 일상의 골목마다 그들은 철저히 지키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수비하듯 그들의 눈알이 소리없이 구른다. 헉헉대는 그들의 허리춤에 흉기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초성능의 업그레이드 된 카빈총 한자루 쯤은 숨기고 있음에 틀림없다. 한 대 맞고 쓰러지면 한동안 몽롱해질 곤봉 하나 눈앞에서 달랑이고 있고 생의 회로는 평행선처럼 따라붙는 수색자를 결코 따돌리지 못한다. 탈주자는 늘 조준되어 있어 사정거리를 벗어나지도 못한다. 지하의 반역자들은 어디에나 둥지를 틀고 있는 것처럼 그만 걷어차 버리라고 찝쩍이는 불온삐라가 가끔 날아들지만 누구 하나 그럴 엄두를 내진 못한다. 쉽게 들어온 것처럼 그리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아니란 걸 은연중에 터득했다. 끈질긴 추격전은 그 날의 클라이맥스를 충실히 연출해 내고, 언제고 곧 결투가 벌어질 듯, 손에 닿을 듯, 효과음 하나 없이, 삶이 쫓아오고 있다.
2008-04-18
댓글목록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겾전,
끝없는 그 갈망
할 듯, 말듯,
그 긴장을 우리는 즐기는 걸까요?
이 시간도, 갈 듯 말 듯~~~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건승을 기원 합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지요. 우리 모두는 도망자!
저승사자에게 잡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도
저 끈질긴 미행을 따돌릴 재간은 없지요.^^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시인님^*^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Fugitive......You could`nt escape from the reality
Have nice a day.....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너무 실감이 나서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잘 뵈었습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멋진 영화 한편 보는듯 머물다갑니다
고윤석님의 댓글
고윤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멋진 시 잘 읽었습니다..스토리 전개가 실감납니다..
시인님 멋진 하루 보내세요....
박영춘님의 댓글
박영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마다 우리는 전쟁을 하며 살아갑니다
날마다 누구를 밟고 잃어서지 못하면
내가 당하고 죽어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아마도 그 넉넉한 마음이란
친구들이랑 잊혀지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선생님 오랜만에 뵈어요
늘 고운 모습을 생각하며
선생님이 눈에 어른거리지요
글에 뵙고 갑니다
날마다 고운 날들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