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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제1회 조선일보 논픽션대상 - 나의 응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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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904회 작성일 2008-06-05 11:54

본문






2008년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 응모작


아빠 철 좀 드세요!






A4 용지 241 Page
200자 원고지 788 매





          • 응모자 : 정 해 영








차 례



필을 들면서
제1부
01 숨은 벽 가는 길
02 숲속의 은어隱語
03 치악산 산정山情
04 주금산 총각
05 초록사랑
06 관악산과 낭만친구들
07 여름문학캠프
08 어떤 부부
09 랑구운Rangoon의 추억들
10 숲속의 암호

제2부

11 대중목욕탕
12 문둥이 정신
13 미완의 색깔 갈등
14 거룩한 선물
15 프랙털의 암호
16 수판인생數板人生
17 핍쇼Peep show와 연극
18 비만고肥滿考
19 트러블슈팅Trouble Shooting
20 지문指紋없는 애국자들
21 불가항력不可抗力
22 칼자루
23 조난遭難
24 어떤 모순대당 矛盾對當

제3부

25 허락받은 남자들
26 아내의 웃음
27 아내의 영어공부
28 별 아이
29 소년에게
30 꾸러기천사와 할머니의 잣대
31 모국어와 외국어
32 천사의 핀잔
33 그 아비에 그 아들
34 추억의 맛
35 별리別離

제4부

36 마지막 전철
37 취객醉客
38 미워도 다시 한 번
39 서울야경(夜景)
40 어떤 경과보고
41 그 남자의 행복
42 나의 수필
43 수필의 뿌리를 캐다가
44 코리아 르네상스








필을 들면서



내가 유머와 꾸러기 짓을 즐겨하다 보니 가끔 아내에게서 "당신, 제발 철 좀 드세요"는 귀여운 소리를 듣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중학생아들 녀석 창인이가 피식대며 끼어들어 "아빠! 철 좀 드세요!"라며 엄마를 거든다. 어린 아들의 천만뜻밖의 꾸러기 핀잔으로 나는 반나마 혼이 나가버린 듯 난처한 입장이 되고 만다. "철이 향긋한 국화차도 아닌데 들긴 어떻게 들어"며 엉뚱스럽게도 거드름 한 점 넌지시 피워놓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철이란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모두들 그토록 바라는 것인지 궁금하여 사전을 뒤적여보았다. ‘철’이란 것, 그것은 사리를 판단하는 힘이고 능력으로서 언행이나 몸가짐이 의젓하고 점잖아야 하며, 품격이 속되지 아니하고 됨됨이가 품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의 사전적 의미로 대략 정리되어 있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깨달음의 경지가 성聖이고, 바로 그것이 철의 경지이리니 싶다. 그런 경지에 이미 도달하였다는 성인聖人들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삶은 약간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통사람들의 삶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업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보통사람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삶이다. 일체의 도식된 규범적 사유와 개념적 인식과 의식 그리고 본능적 욕망에서 벗어나려 스스로를 철저히 인간사회와 격리시킴으로서 지독한 고독과 시련을 감내하는 고행과 시험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마치 쇳덩이가 한 자루의 명검으로 태어나려고 바깥세상과 철저히 차단된 용광로 속에 스스로 뛰어들어 달구어짐으로써 아상我相을 덜어내고, 쇠망치에 두들겨 맞아 벼리어지면서 이르는 해탈의 과정이다.

그들이 세속과 관계된 연결고리를 모두 끊고 고행을 자초하면서까지 얻고자 했던 철의 경지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태초에 신이 삼라만상과 우주를 창조할 때 그 속에 숨겨둔 암호를 해독하거나 신심神心을 읽어내고자 했던 것일 게다.·

성인들의 깨달음이란 것은 사유思惟에 의한 형이상학적인 정신적 내면세계의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인류사회에 형이하학적 발현으로 나타나 마침내 인간들로 하여금 철들게 만드는 것으로 간파된다. 그것이 지향하는 궁극은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세상'이다.

10개월 동안 어머니의 온갖 고통과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진통 끝에 비로소 아름다운 아이가 탄생된다. 나목이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동토凍土위에 핏기 없이 앙상하고 야윈 몸으로 겨울칼바람과 대항하며 갖은 시련과 고통을 감내하는 것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다. 이러한 현상들은 초인적인 것으로 인간 뿐 아니라 그 어떤 생명체도 조작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신神의 영역이고 신이 우주 속에 숨겨둔 암호이자 섭리인 것이다.

신은 그렇게 시련이나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못하도록 우주를 창조하셨다. 우주의 자연계 생명체가 그런 과정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신이 내려주는 거룩하고 은혜로운 선물과 영광을 받아 챙길 수 있는 것이리라.

성인들은 이미 그러한 깊고 오묘한 이치가 숨겨져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것들을 찾아내 철들고자 그토록 험난한 길을 감히 나설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인先人들은 죽을 때까지 철들기 힘들다 했나보다. 아마도 나와 같은 보통사람들의 철이란 것은 암호처럼 자연 ―인간도 자연의 개체 중 하나다― 속에 숨겨진 천리를 스스로 깨닫거나 또는 이미 그런 경지에 달한 성현들의 가르침을 천진의 마음으로 학습하고 실천하는 꾸밈없는 삶이 아닐는지. 그리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며 살아가려는 마음과 실천이 아닐는지.

지금껏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는가. 꽃향기가 감미로워 가까이 다가서면도 진작 나 자신은 구린내를 풍기지 않았는지. 성인도 아니면서 마치 내가 성자처럼 현란한 언어나 웅혼한 문장으로 타인을 현혹하고, 더러는 세종대왕님을 존경한다는 핑계로 정도를 외면하고 사도를 택하지는 않았는지. 그야말로 참이 아닌 위선과 가면을 뒤집어쓴 위장을 서슴지 않았던가. 세상 사람들이 내가 아름다워서 탐낼만한 것이 과연 무엇 하나라도 있단 말인가. 그러니 어린 아들에게서"아철 좀 드세요!"라는 그런 소리를 듣는 게지.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철이 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삶의 행적이 태초에 신께서 의도했던‘아름다운 세상’과는 꽤나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철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나 스스로를 타인과 차별화시킴으로써 그들로부터 어떤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망이나 편협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런 천의를 늦게나마 알아챘으니 단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내 소중한 인생항로를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허허바다 위의 한 잎 낙엽처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닻 끊긴 배처럼 얼마 남지 않는 인생이란 나의 쪽배를 아무렇게나 떠돌아다니게 가만 둘 수 없지 않겠는가. 비록 바닷길이 성가시고 험하다할지라도 그 길의 끝자락에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그러나 나는 성인들이 거쳤다는 그 길을, 걸어보고 싶은 유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택하지는 않으려 한다. 겪어야 할 시련과 고통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가난의 차꼬 속에 나를 감금시켜둔다고 내 젊은 시절에 신을 향해 가끔 원망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하늘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단지 그 길을 가려면 번뇌에 얽매인 세속의 인연을 버리고 수행생활에 들어가기 위해 출가해야 할 것 같은데 난 이미 가정을 가졌으니 자격이 상실되어서도 그렇고, 굳이 그 길을 걷지 않아도 철들 수 있는 지름길이 있기 때문이라서 그러하다.

그 길은 너도 걷고 나도 걷는 길이다. 그곳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비록 팔고와 오탁이 나부끼지만 그 또한 수양을 통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것이니 성자들이 걷는 길과는 다르지만 수행의 바다가 아니겠나.

인생이란 신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소풍이다. 이 세상에 네가 없고 나만 있다면 쓸쓸하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소풍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즐겁고 신나는 소풍을 꾸며야 하지 않겠는가. 신나는 소풍,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세상을 꾸미는 일이고, 한편의 드라마틱한 소꿉놀이이다.

그러려면……, 하늘을 올려다보고 경외의 마음과 상선을, 논둑에 서서 흙이 가르치는 순리를, 황금들녘의 벼들에게서 겸손을, 강변을 거닐면서 이슬이 머금은 근본을, 꽃밭에서 인내와 아름다움을, 숲속 오솔길을 걸으면서 사랑과 포용을, 길섶에서 잡초를 만나면 나의 분한分限을, 천야만야한 낭떠러지 암반에 우뚝 서서 반공의 운해를 굽어보며 꿈을, 씨앗이 자라서 열매가 열리는 것을 보면서 정직을……,

수탉의 새벽 울음소리를 듣고 나에게 주어진 사명을, 강아지와 놀면서 충성심을, 한 그릇의 밥과 소찬을 대하며 타인의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아내를 지켜보며 헌신과 사랑을, 어린 아이의 모습에서 순수와 천진을, 새벽시장 생선가계 아주머니에게서 근면과 성실을, 악행을 대하면서 상선과 용서를, 선행을 보면서 적심을, 거짓과 중상中傷을 대하면서 참과 도리를, 불의를 보고 인의를…… 꿈꾸고 본받고 배우고 익히면서 나의 길을 걸으련다. 그렇게 실천하며 살다보면 나도 언젠가는 철들지 않겠는가.


어린 아들의 꾸러기 소리 한 마디를 무관심하게 흘려버리지 못해서 내 삶의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에 철이란 것을 쫓다가 넘실넘실 너울에 실려 뱃머리에 부닥쳐오는 그것들을 이삭을 줍듯 한 알 한 알 건져올려 짧은 필치로나마 여기에 옮겨 담아보았다.










* 손근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05 13:21)
* 손근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05 13:22)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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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참으로 대단하신 열정이십니다.
그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잘 뵈었습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천명의 고개 넘어까지 왕성한 창작 의욕으로
이토록 훌륭한 수필 작품을 생산해재시는 정해영 작가님에게 존경을 표하지않을 수 없습니다.
활력 잃지 않는 가운데 더욱 더 문운이 만개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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