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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 위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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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611회 작성일 2008-06-25 13:35

본문

누구나 물 쓰고 흘려보낸
보이지 않는 사람 손끝에서 떨어진 자국
서있는 높이만큼이나
언제나 그 자리에 놓인 세면대에 남아있습니다.
매일 밥 먹는 습관대로 닦지 않고
눈에 띄어 보기 흉할 때만 깨끗하게 닦고 나옵니다.
읽을 수 없지만 볼 수 있는 자국
물보다 진한 용액에 의해 물소리와 함께 위로도 아닌
보이지 않은 밑으로 내려갑니다.
세면대 위 거울이 아닌 물 고이거나 흘려보내는 바닥에
얼굴이 반짝 거려 비춰옵니다.
제비꽃 물고 간 제비는 창문 넘어
또 오늘은 어느 제비에게 날아갈지 몰라
거울에는 비추어지지 않고 세면대에 어른거려
물집 생겨 부르튼 윗입술
처음 만난 사랑의 눈물로 흔적 없이
메마른 아랫입술에 물기 머금고
사랑의 흐름을 막고 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사랑 두 글자 사이 막고 깜박거리는
위와 아래를 끊는 선 이어지는 손가락 놀림에
랑 자를 네모로 감싸고 깜박거려
보랏빛 찾는 그리움으로 큰 두 눈에 흐르는 눈물 넘쳐
받쳐줄 수밖에 없이 콧속으로 하루 이틀 때때로
흘러내려 코 밑을 빨갛게 헐게 만듭니다.
물보다 진한 용액이 눈물이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철문 닫아놓은 세면대에 다가가 봅니다.
이대로가 좋겠어요.
모르는 사람 손끝에서 흘러내리는 때 국물 없는 자리
오이 비누가 담긴 비누 갑이 세면대에 떨어져 있습니다.
거울에 비취진 얼굴에 선명히 물집 생긴 윗입술이 보입니다.
반짝이는 수도꼭지에도 비춰지는 윗입술
비누 갑 거울 밑 하얀 타일에 작은 원 투명 고무 접촉면 붙이고 나옵니다.
계단 타고 내려오는 걸음 어디선가 떨어지는 소리 들려
세면대에 가보지만 비누 갑은 하얀 타일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이 비누 담고 붙어있습니다.
원 투명 고무 접촉면 사랑의 눈물 공기가 들어가지 않았나 봅니다.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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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언제나 새로운 시어들로 새로운 형태의 글을 추구하시는 시인 님의 글 이번에도 잘 뵈었습니다.
세면대 위 거울... 저에게는 언제나 닦아야 하는 골치거리였을 뿐인데요...
잘 뵈었습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면대 위에 거울이 없다면 하고 가정 해봅니다.
잠 덜 깬 눈에 힘주어 하루를 여는데 지장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여
잠 오는 눈 비벼 거울 속의 자신에게 하루의 노고에 대한 대견함의 미소를 교환하고 나오는 곳이어서
제게는 하루 두번은 꼭 은밀한 밀애를 나누는 반려자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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