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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창 청소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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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2,845회 작성일 2008-07-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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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소란스런 소리에 눈을 뜨고 보니, 빗줄기가 세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알간 햇살이 들이치는 창가도 제법 살갑지만, 빗소리가 노크하는 소리도 나름 리듬이 있어서 좋다. 아직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어둠을 탄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창가에 기대서 있다가 갑자기 커피 잔을 내려놓고 베란다로 나가서 슬리퍼를 신었다. 그리고는 호수를 집어 들고 수돗물을 세게 틀고는 유리창을 향해 조준을 했다.

매끈한 유리를 타고 내리던 물은 어느새 시꺼먼 눈물줄기들을 이루고 있었다. 아파트에 살면 비가 오는 날에야 시원스레 유리창을 닦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그 동안 빗줄기가 오락가락하기는 했지만 유리창에 거센 물살을 들이댈 만큼 퍼붓지는 않았다. 그나마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의 바쁜 일상이 유리창에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이래저래 핑계를 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오던 터였다. 그러니 얼마 만에 하는 유리창 청소인지 계절을 넘기고도 넘긴 시점이라 가슴속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함마저도 느껴졌다.

가족들이 창가를 서성일 때는 제법 맑은 창으로 세상을 엿보고 싶어서였을 텐데, 게으른 주부의 손길은 조상도 아닌 날씨 탓을 하면서 맘껏 귀차니즘에 빠져들어 있었으니깐 말이다. 비록 마시던 커피 잔은 온기를 잃어버렸지만 유리창을 닦고 나니 이리도 개운하고 시원한 것을. 진즉에 털어내고 닦아줄 것을.

빗소리는 여전하고 깨끗해진 창으로 세상은 더 맑고 투명하게 비쳐지는 걸 보면서 내 마음속은 시원하고 개운함이 물씬거렸다. 그러다 문득 마음을 대청소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속에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집을 짓고 청소도 안 한 채 살아온 지가 마흔하고도 그 얼마이던가. 그동안 남모르게 지어올린 마음의 집에 온갖 쓰레기들마저 방치하며 얼마나 지저분하게 썼는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살아온 세월이고 보면 마음을 대청소하는 일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란 건 짐작하고도 남는다.

혼자 기거하는 마음의 집에 무슨 몹쓸 살림살이들은 그리 많이도 들여놓았던지. 사흘 낮밤이 걸릴지, 열흘 낮밤이 걸릴지, 일년 열두 달이 걸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무리 긴 시간이 걸리고 그 긴 시간들이 고통스럽더라도 온갖 탐욕과 증오와 불신과 오만으로 가득 찬 마음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쓸어내고 덜어내고, 마음의 창을 시원스런 물줄기로 닦아내고 대청소를 마치고나면, 비워진 마음의 집에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들어찰 것 같아서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온다. 그렇게 마음의 집을 대청소하고 말개진 마음을 가지게 된 그 어느 날, 평온한 마음으로 마주한 찻잔 사이로 먼 곳의 친구로부터 자필로 쓴 엽서 한 장쯤 도착했으면 좋겠다. 마침표를 찍지 못한 그리움이 가득 서린 ‘문득’이라는 낱말로 첫 문구(文句)를 시작한…….


추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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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은  그렇게  내마음의  창을  향해  물줄기를  뿜어  올려서
닦아줄 필요가 있겠지요
뭐 그렇게  버려야 될 잡동사니가 많은지...
날마다,  버리고  버려도  언제 또 그렇게 쌓이는지..

이은영 작가님,  오랬만입니다.ㅎㅎ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이은영 작가님은 저의 방에 자주 오셔서
좋은 뎃글 많이 주시는데 저는 개을러서
자주 찾아뵙지 못했네요. 미안 합니다.
유리창 청소!
옛날에 많이 했었는데...(벌 청소로^*^)
다 닦고 나면 기분이 참 좋지요.
주말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김화순님의 댓글

김화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같은날  베란다 유리창 청소는 자연스럽게 빗방울들이
청소를 해주네요.
잘 지내시죠? 깨끗이 청소된 창문으로 맑고 아름다운 햇살이 가득한
풍경을 그려보면서.............

김효태님의 댓글

김효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해로인해 유리창이 잘 보이지 않아
창밖의 시야가 뿌연 하여 평온을 잃고 있던 일상을
찾아 새로운 마음으로  기분전환 할수있는
빗줄기를  고마워야 하는지도 모르겠군요
모쪼록 무더위와 장마를 대비한 건강에 유념하시고
좋은날 되소서..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리는 비를 벗삼아~~~
커피도 한잔 하시고,,,
깨끗하게 유리창도 닦으시고
말끔히 맘의 청소까지 하시닌
이런 멋진 작품도 나오는가 봅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미혜 시인님, 글벗이란 단어가 참으로 정겹게 느껴지는 밤이예요.^^*
전 * 온 시인님, 네~, 정말 오랜만입니다. 반겨주신 거 맞죠? ㅎ~
최승연 시인님, 방이요? 아하! 빈여백에 시인님 쓰신 시에 댓글 쓴 걸 말씀하시는 거군요? ^^*
김화순 시인님, 비가 어제처럼 쏟아질 줄 알았으면, 온 몸에 비누칠하고 밖에 서 있는 건데 그랬어요. ㅎ~~ ^^*
허혜자 시인님, 맑은 마음이야, 허혜자 시인님의 특허품 아닌가요? 그 연세에 그렇게 맑기 쉽지 않거든요.^^*
김효태 시인님, 새로운 맘의 기분 전환이 정말 크게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금동건 시인님, 언제나 정겨운 금동건 시인님~~, 날씨 무더운데 많이 힘드실 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아시죠? 홧팅!! ^^*
현항석 시인님! 비와 커피 그리고 맑아진 유리창, 평온, 감사, 행복, 사랑~~...

다녀가신 모든 분들께 얼음 동동 띄운 복분자 쥬스 여덟 잔 드리고 갑니다.
시원하게 드시고 행복한 밤 맞이하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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