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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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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909회 작성일 2008-12-01 11:48

본문

                                    겨울나기

                                                              이 순 섭

1
가난으로 다가와 눈발 날리는 산 77번지 산동네
침침한 눈 세게 눌러 비비는 소리에 놀라
눈 보호하는 점액은 둔탁한 뽀드득 맑은 물 흐르는 소리를 낸다.
뜻하지 않은 방문자에 내미는 밥상머리
금방 지은 밥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
이것도 하얀 쌀이라고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반찬이 없어 급히 내려가 구멍가게에서 사온 꽁치 통조림
머리카락 보다 더 고운 가는 굳은 가시 바를 필요 없이
씹어 먹어도 맛있기만 하다.
꽁치는 통조림통에 들어가 밀폐되면
뼈와 가시는 살 속에 녹아들어 이전까지 지켜온
굳고 딱딱한 절개를 내팽개치고 그저 살과 어울려 흐물흐물 해진다.
신 김치와 어울리는 비리지 않은 꽁치의 맛
어머니 일구어 놓으신 비탈길 밭에 뿌리신 치마폭 속
영그는 뜨거운 항쟁

2
산동네라 검고 단단한 연탄이 그리워 피어놓은 연탄난로
기다란 양철통은 문밖으로 삐져나가 연탄구멍에서 못다 핀
한숨의 꽃향기를 소리 없이 모락모락 내품는다.
양철통 끝머리에 떨어지는 꽃물은 받아 마실 수 없는
세상 끝이 만들어 놓은 약수
약수는 어디라도 밑으로 떨어지면 흘러가건만
꽃물은 그저 떨어진 자리에 모여들어 밑바닥에 자라는
고드름보다도 단단한 동굴 속 석순(石筍)을 만든다.
약수에 없는 탄산칼슘은 꽃물엔 있다고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며
희망의 물과 탄식의 이산화탄소를 증발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 올라오면 싫어하는 산동네
어머니는 손마디 힘이 모자라 남기고 싶은 마음에
마저 간신히 이어져 있는 꽁치 통조림 통 넓은 톱니바퀴모양
양철 뚜껑을 때내고 깨끗이 통 안을 물로 헹구어 밖으로 빠져나와
분명 하얀 연기 새어 나오는 양철통 끝머리에 매달아 놓는다.
평지에서 부는 바람 보다 큰소리 들리는 칼바람이 불어
창문에 덧씌운 비닐이 문 열 때 마다 들썩인다.
긴 양철통 안에 흘러 꽁치 통조림통에 떨어지는 꽃물 소리
들리지 않건만 낙수(落水)하는 모양도 지켜서 봐야만 보인다.

3
쌀은 먹으면 배속으로 없어지고
연탄은 피우면 하얀 굳은 재로 변해 쓸모없이 버려진다.
한때나마 쌀이면 뭐하고 연탄이면 무엇 하나
취로사업(就勞事業) 하는 노인들에게 돈이 되는 일할 수 있는 날짜나
열흘이나 더 드려 일할 수 있게 하지
겨울나기가 희망나기를 시작한다.
아침밥 거르는 사람이 오랜만에 아침에 라면 먹고
점심밥 먹는 시간 늦추듯 지레걱정에 시간을 원망하고 있다.
이런 날 오늘 하루 평정심을 찾아 나가면 똑같이 된다.
올 겨울나기에 제 잘못을 잘못된 죄의 대가라고
스스로 용기 내어 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는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
혹시 우선의 죄에 치중하여 빠뜨린 고백 못한 죄가 있더라도
우선의 죄는 나중의 죄를 품고 하늘은 용서의 빛을 내리실 것이다.
희망나기로 가는 길목에 가벼운 주머니에 돈이 많이 없더라도
없는 돈 가운데 손이 다가가는 돈을 이 세상 바람 부는 날
문 열 때마다 문풍지 떨림 보다도 더하게, 창문 덧씌운 비닐 흔들림 보다도
더 생각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걸어가고, 그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다.
누가 말했듯 새해 첫날 신문에 슬픔과 좌절 보다는 희망이 담겨 있는
메시지를 원한다지만 이것들에도 좋은 깊이가 있다고 한다.
칼바람 부는 이 겨울 우리 사는 나라에 희망과 용기의 빛이 비추고 있다.
고백소에 천천히 들어가 빨리 나오고 싶어 하듯
그들에게 살길을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은 갑자기 다급해져
행복나기 얼굴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과도 같이 따스하기만 하다.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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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얼마前의  우리네  모습이네요.
그렇게 살았지요.
엄동설한을  나려면
눈(雪)물 만큼이나 많은 눈(目)물을 흘리며
얼어가는 가슴들을 부등켜안고 살았는지....
감회에 젖어봅니다.
시인님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
올 겨울은 행복 할것 같습니다.
건안 하시기를.....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날 어려웠던 시절을 떠 올리며
감상하고 동감하였습니다
올 겨울에는 시인님께서
행복 하시고 건승 하시길 바랍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산동네 판자촌의 일상이
세밀히 묘사된 이 시인님의 글속에서 아린 회억에 잠겨보게 됩니다.
사랑과 평화의 메세지로 마름하시는 고운 심성에도 공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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