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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과자가 꽃신을 신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901회 작성일 2009-01-24 17:26

본문

                    밥풀과자가 꽃신을 신고

                                                  이 순 섭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삼일을 쉬고 당신은 오셨네요.
어제나 오늘이나 기다렸건만 이제야 오신 당신
못내 아쉬움에 반복되는 일상 거쳐 가는 길목
평상시 하는 일 뒤로 미루고 당신을 보러갑니다.
역시 당신은 머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간 손길에 깜짝 놀라는 당신
돌아가는 발걸음에 또 머리 숙이지 않나
혹시 하는 마음으로 옆에서 바라볼 때
당신은 약간 졸음에 겨워 찡그린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어 내려오는 발길입니다.
잠시 뜸을 드리기로 했어요.
밖에 나갔다 오고 천천히 서성거려 본 후
그대를 보려고 계단으로 올라가 문을 살며시 열고
발걸음 죽이며 들어갑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대는 손깍지 끼고 엎어져 있네요.
따뜻한 손힘이 다가가도 모르는 그대 삼일 간 푹 쉬었을 텐데
간밤에 무엇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대의 포근한 속옷 향기 테두리에 다가갈 즈음
그대는 작은 미동으로 얼굴 들고 물어도 듣지 않은 채
홍삼 사탕 한 알을 받았지만 두 손으로 귀를 막습니다.
더 묻기 민망해 나오고 말았어요.
해질녘 그대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나가며
이쪽 향한 투명유리문에 시선을 갖다댔지요.
그대는 보지 못하지만 다 알고 있답니다.
저녁때가 되어도 그대는 오지 않네요.
혹시 간다는 확인 얼굴 도장 찍기 싫어
투명유리문 만 쳐다봤는지 하는 생각을 하였답니다.
위층 현관에 놓인 슬리퍼 세 쌍만 계속 모니터로 보고 있습니다.
한 쌍이 사라지면 그대가 온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한 쌍이 안 보여요.
다급한 마음에 그대가 온지 확인하려
그대만이 벗어놓는 꽃신 감춘 보물 상자를 열어봅니다.
있네요. 있어요. 꽃신이
모르겠어요. 그대가 있으면 자연히 옮겨지는 발길
오늘따라 큰 10호실에 그대만이 있으니 아주 안성맞춤입니다.
또 자연적으로 올라가지요.
밖에서 찬바람 쐬고 따뜻한 집에 갔다 왔을 텐데
그대는 엎드려있습니다. 옆에 다가가 서있는 것도
더구나 손으로 흔드는 것은 더욱 모르니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마음과 더불어 육체도 대범해졌어요.
만지지 말아야할 것을 만져봅니다. 숲을 헤쳐 겹쳐진 살갗의 흔적을.
이것이 그대에게 다가가는 최초의 손짓이라면 용서해주세요
만져진 손가락, 코에 갖다대 냄새를 맡아봅니다.
역겨워요. 꽃신을 신고 오신 그대이고 꽃 같은 그대인지라
꿈 따라 풍겨오는 향긋한 향기 품을지 알았는데
꽃 만지면 아름다운 향기 나는데 왜 이런 냄새 풍기는지 모르겠어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대 겹쳐진 계곡에 고인 냄새를 지우려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어야만 했습니다.
며칠 전은 숲 속을 거닐어 숨 가쁜 산책을 하고
오늘은 숲 속 아래 계곡까지 내려와 그대에게 다가간
최초의 나이든 참새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아시는지 모르겠어요.
간다는 얼굴 도장 찍으러 평상시 보다
한 시간여 빠른 시각이 되는 자정에 추워 머리에 뒤집어 쓴
웃옷 모자 속에 가린 홍조 띤 얼굴이 알고 있다는 표시인가요.
영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두려워요 혹시나 알고 두려움에
내일부터 안 오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오늘도 찾아오셨습니다.
어제 밤에 결심 했어요. 다시는 그대에게 다가가도 손 깊이까지는
손이 다가가지 않기로.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조금 있다 실험삼아 그대에게 다가 갈 테니 유심히 봐 주세요.
자신으로 향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내일도 지킬 것이고 지켰습니다.

이 한 해가 다 가는 날
저희들의 인연이 닿은 계약기간이 끝나 감을 알려주었고
새해에 다시 재계약하자고 일러주었건만
다가올 것이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새해 다음 날 불쑥 찾아와선 모든 걸 챙겨가겠대요.
재계약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마음 한 곁은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떠나면서 잠시만의 불을 켜 달래요.
불을 켜주었죠
가져갈 것도 많고 버릴 것도 많나봅니다.
한참 만에 내려오기에 떠나는 이유를 물었지만
자세한 대답을 회피하며 주저주저 말을 흐리네요.
차라리 잘됐습니다.
이내 그 이름을 모니터에서 삭제해 버렸어요.
너무나 마음 아프게 한 것은
가면서도 다른 사람이 두고 간 여름꽃신을
달라는 눈치였어요.
가져갈 주인이 있다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렇게 귀하게 준 호두· 아몬드· 잣· 율무 분말가루와
하얀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면서 말입니다.
너무나 대조가 되어요.
마음의 계약을 많이 하지 않은 누구는 새해라고
밥풀과자를 주는데 말입니다.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없죠. 어쩌면 다시 올 수도 있지만
전처럼 대하지는 않으렵니다.
잘 가세요.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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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순섭 시인님,
재미있고 도 진지한 사연이
눈길을 벗어날 수 없게 합니다.

명절, 잘 보내셨지요?
기축년 문운도 활짝 여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순섭 시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 성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밥풀과자가 꽃신을 신고> 시 소설을 재미있게 감상하였습니다.
여기 일본에서는 새로운 문예의 장르로 시 소설이란 부분이 대두하려 합니다.
아직 소수이긴 하나, 저도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힘 길러 키워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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