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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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순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1,464회 작성일 2009-05-13 23:24본문
칠년 동안 단골로 다니던 미용실이 있었다
40대 중반의 여자가 사람 하나를 두고서 경영을 하더니
언제 부턴가 혼자서 하고 있었는데
손님들은 그냥 그 여자를 원장 선생님이라 불렀다
직장인들 때문에 일요일날 휴무를 하지 않는 미용실이 많지만
그 미용실은 일요일날 꼭 휴무를 했고
원장은 착실한 크리스찬이였으며
미용실 손님의 절반 이상은 교회 신자들이였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그 미용실을 찾았는데
그런데로 머리모양도 만들어 냈고
일류 미용실 보다 가격도 저렴했기에 다니게 되었다
미용실 갈 때 마다
혼자서 커트 퍼머 청소까지 하면서
원장은 항상 웃는 얼굴로 밝고 명랑했다
어느날 그 여자 남편이 혈액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 사실을 알고나서
나는 큰 도움은 줄 수 없을지라도
단골 손님이나 되어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하러 가서는
남편의 안부를 물어보는데
큰 시누가 그러니까 남편의 큰 누님이
병원비를 대고 남편을 보살핀다는 것이다
자기는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므로
그리고 자기가 버는 돈으로는 남편의 병원비를 감당 할 수가 없는데
큰 시누가 그 큰돈을 댄다는 것이며 그런 누나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 살아도 그렇지
수천만원이나 드는 암치료비를
몇년 동안 부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참으로 감동스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매의 우애에 내 마음이 흐뭇해짐을 느끼곤 했다
손님 앞에서
우울하고 슬픈 표정을 지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남편이 암에 걸렸는데 그늘진 얼굴을 감 출 수는 없으련만
밝은 표정으로 그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번도 우리 문수 아빠가 ( 아들 이름이 문수)
죽을꺼라는 생각을 해본적 없어요
꼭 완쾌하여 오래 살꺼라는 생각만 하게 되니 슬픔도 걱정도 없어요'
긍정적인 사고를 하면서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가서 진심으로 기도하는
참 착실한 그 여자를 생각하면
삶이 고달프다고 짜증도 내보는 내가 참으로 부끄러워지고
그 여자의 삶이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이제 서울로 이사를 와서
그 여자의 미용실에 갈 수 없지만
나는 그 여자의 남편이 암과의 투병에서 이겨
예쁜 아내의 소망과 희망데로 오래 살기를 염원해본다
오늘은 퇴근을 한 후
이촌동에 있는 나의 시누가 경영하는 '모즈헤어' 미용실에
몇년만에 갔다
그 여자가 경영하는 동네 미용실에 비하면
고급스런 헤어 샾이고 퍼머값도 가족 할인을 받아도 상당히 비싸다
비싼 만큼 서비스는 완벽 하며 기술 또한 일류다
"내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대부분 삼십대에요
좀 젊어 보이게 해줘요 "
내 말에 젊은 남자 헤어 디자이너가
" 네, 친구처럼 해 드릴께요 " 한다
즉 삼십대랑 친구처럼 보이게 해 준다는 말이다
나는 미소지었다
그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말이였기에...
가위질이 참 가볍다
퍼머 약 냄새도 아주 연하다
중화제 할 때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는지
좀 특이한 방법으로 중화제를 한다
퍼머가 아주 자연스럽다
그리고
정말 친구 처럼 생각해도 될 정도로 젊은 머리모양이다
기술의 차이가 이토록 다르구나
"내일 출근하면 정말 친구처럼 되겠어요"
거울속의 한결 젊어진 내 모습에 흡족해 하는 표현을 했다
친구처럼 해 드릴께요...
참 좋은 말이다
어디 머리 뿐이랴
친구처럼 해 드릴 수 있는 마음도 있을게다
댓글목록
김남희님의 댓글
김남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 나도 그 미용실 가서 변화를 주고싶다욧
시인님 친구처럼 해드린다는 말이 가슴에 깊이
와닿습니다 ^^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장 친근한 말.... 친구처럼.... 나이를 떠나 편안한 마음가짐,
삶의 반감을 한번에 날릴 수 있는 멋진 어감입니다... !!
정영숙님의 댓글
정영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골미용실 원장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절망보다는 희망을 품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그녀의 남편도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으면 좋겠구요.
마음이 따스해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가슴에 스며드는 시어로
정을 만들어 주시는 김순애 시인님,
요즘도 열심히 산을 다니시나요? ㅎㅎㅎ
친구처럼...
언제나 그 마음으로 살고 싶네요.
이기춘님의 댓글
이기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단골미용실에서 벗어나 바람을 한번 쐬셨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마음에 드셨군요... 기술의 차이가 온정의 차리를 능가-^^* 예쁜 마음씨에 단골미용실에서도 섭섭해 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탁여송님의 댓글
탁여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구처럼
그런 마음이라면
아마도 아름다운 세상일겁니다....
김건곤님의 댓글
김건곤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임께서 지으신 동네
꽃빛발에 씻기운
구름옷 입은 원장님
아스팔트 위에 그늘집 짓고
오는 이 의자에 걸터앉히며
거울 울타리
마음 시리도록 빙빙 돌다
인연이 된 신비한 미소
꽃숭어리 닮은
거울 속 파마머리 뒤로
웃음 웃는 모습
지금도
그 미소가 아름다운 이
내 친구같이
사랑하는 이여!
예쁜 기도 드리오니 강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