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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프린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76회 작성일 2022-12-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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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거슬러 올라가 보자. 소년 하나 있었지요. 그 소년 잘 지내려나. 나에게 죽음이란, 어릴 때는 죽을 용기가 없는 것 어른 되면 죽을 시간과 힘이 없는 것 그리고 노인 되면 죽을 명분이 없는 것이라 말하던 그 소년. 순진하고 무엇보다 해맑은 미소를 가진 얼굴을 하던 소년이지만 머리는 백발이지요. 온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지. 천의 얼굴이었어. 이렇게 보면 아이 같기도, 저렇게 보면 노인 같기도 했었지. 어디서 무얼 하려나. 그 소년과 나눴던 대화를 잘 생각해서 여러분들과 나눠봅니다.

누구보다 방황하고 밑바닥을 기어 다니던 시절, 나도 모르는 무언가에 대한 해답을 원했고 그 갈증을 해소하지 못해 내 자신을 그리고 이 세상을 탓하며 공원 벤치에 앉았지요. 그러자 이 소년이 내 옆에 앉았습니다. 느닷없이 소년이 나에게 말했지.

“당신이 가장 궁금한 질문 몇 가지에 답을 드릴테니, 담배 한 까치만 주십시오.”

처음에는 나에게 싸움을 건다 생각했지만, 그 소년에게서 나오는 분위기는 말로 설명을 못 할 정도로 강력했어요. 그래서 나는 담배를 주며 물어봤지요.

먼저 사랑에 대하여 말해볼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요?

“여러분 각자의 방식으로 정의 내린 사랑이란 단어. 사랑하고 계신가요?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소년이 도달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의 동의어는 무엇인지 말씀을 드려봅니다.

사랑의 동의어는 바로 차별.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는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차별을 시작하지요. 이 사람은 특별하니 내가 그었던 선을 넘어도 되고, 오히려 그 선을 직접 부시기까지 하지요. 신기하게도 우리는 이걸 몰랐지. 사랑이란 단어가 너무 예쁘게 포장되었어. 그래서 우리는 백마 탄 왕자님을, 잠 들어버린 공주님을 기다렸는지 몰라. 그러다 이상형이란 단어가 우리의 삶에 조용히 균처럼 퍼져 뇌를 잠식했지. 사랑이 차별이라 생각하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 보일거에요.”

다음으로 모순에 대하여 말해볼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순이란 무엇인가요? 모순, 모순, 모순. 이 단어는 발음이 좋아.

모든게 모순적이야. 개운하게 잠을 자 충전하려고 만든 침대가 게으름을 불러오고, 편하려고 만든 물건들이 파멸을 불러오지요. 사람들이 반의어라 말하는 것들이 진짜 반의어인지 잘 살펴봐야 해. 생과 사. 이게 어떻게 반대야. 오히려 동의어지요. 둘이 쌍둥이라 표현하는게 좋을 정도야. 죽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죽지요. 인정해야만 해. 모든 것이 심지어 나 조차 모순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해.

마지막으로 젊음과 늙음에 대하여 말해볼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젊음과 늙음은 무엇인가요?

개같은 것들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다들 배고픈 시절을 잊어. 기본이 튼튼해야지. 기본이 튼튼해야 발전이 있는거야. 기본이 부실한 발전을 우리는 망하는 지름길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지경까지 가야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과 젊은이들의 힘을 인정하기 시작할까요. 탓하려면 내 자신을 먼저 탓하고 위를 탓해야 돼. 좋은 어른들 다 어디 가셨나요? 다 뒤지셨나요? 어린 시절에 자신이 꿈 꾸던 어른의 모습 다 어디 갔나요? 성인이 되면 그냥 끝인가요? 너무 멍청해. 우리가 노인이 될 때 의지할건 우리 아래뿐인데, 이 젊은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안하며 매일 탓만하지. 그리고 젊은이들은 옛것을 잊으면 안돼. 그 옛것이 있기에 지금의 모든게 또 있는거거든. 젊은이의 힘과 늙은이의 지혜. 얼마나 아름다울까.

나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니 소년은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나는 보금자리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보금자리로 돌아와 한 첫 번째 행동은 제 셔츠와 정장 그리고 양말을 말끔히 다렸습니다. 다음으로 거울을 보며 멋있게 차려입고 향수를 집어 목에 두 번, 손목에 두 번, 몸에 한 번, 다리에 한 번 뿌렸습니다. 그리고 주방에 있던 칼 한 자루를 따뜻한 물에 담갔다 꺼내들어 날카롭게 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세 번을 담갔다 갈았다 반복했습니다. 날카롭게 갈아진 칼을 들고 바닥에 아빠다리를 해서 앉아 그 칼을 제 앞에 두었습니다.

그 칼을 보며 다시 한 번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칼을 만든 대장장이는 자신이 찔려보고 누군가를 찔러보고, 누군가를 지켜주고 누군가에게 지켜져보고 만든 칼일까? 아니면 돈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물건일뿐일까? 아니면 다 필요없고 무언가를 편하게 썰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는데 세월이 흘러 이 본질이 바뀌어 흉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걸까?

그러자 제 앞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나타나 제 두 뺨을 온기 가득한 손으로 포개어 말했습니다. 이제는 좀 쉬어도 돼. 제 왼쪽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오른쪽 눈에서는 피가 흘렀습니다. 눈물과 피가 섞여 만들어진 색깔이 제 하얀 셔츠를 물들였습니다.

저는 칼을 들어 그 소녀를 찔렀습니다. 저와 소녀의 입에서 옅은 미소가 펼쳐졌습니다. 소녀는 제가 찌른 칼이 더 깊숙이 들어오도록 저를 안아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시작이야.

소녀는 일어서 품위 있게 돌아 사라지며 말합니다. 다음에 다시 올게. 저는 피 묻은 칼을 다시 주방으로 들고 들어가 깨끗이 닦고 제 옷을 벗어 태웠습니다.

그 소년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제 앞에 나타난 소녀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갈증이 씻겨나가 저는 다시 열심히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계절마다 한 번씩 그 공원의 벤치에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끝내 저는 그 소년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소년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슬퍼 보였습니다. 다시 그 소년을 만난다면 저는 소년을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좁은 방구석에서 담배나 피워대며 쓰는 글자들. 그렇게 마무리한다.

010.5791.6755
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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