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월분 신인작품(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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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재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54회 작성일 2020-01-24 18:22본문
■●■ 시사문단 신인작품 원고 제출
(시) 10편
● 위험한 비행
바스러진 줄 알고
작은 눈 크게 떠서
늘 소외시켰던 발밑 보니
놀란 체 입 다물지 못하고
공중도 아닌 어중간에
그냥 머무는 나비
별 일도 아니라고
태연한 듯 허세 부려보지만
나비인 듯 아닌듯한
가녀리고 힘 하나 없는
그러면서도 근사한 유리알이
눈 흘기며 손사래 치고
검은 듯 붉은 듯한 테는
괴로움 토하고
허공중에 토끼 눈 날린 채
기진 맥진 헤매는데
반짝이는 렌즈는
미안하지도 않다는 듯
빙긋이 웃는다
● 힘 빠진 두레박
구름 한 점 없는 해설픈
하늘 천정에 떠 있는 동그라미
이름 붙이기도 쉽지 않아
언제까지 저 곳에
있을지
물어본다 해도
대답은 분명치 않을 것
동그라미 산 너머로 기울자
꽃 지고 서리가 인사 오며
무덥고 가물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비
지난 날 책임 다 질 것 처럼
이틀 사흘 쉬지 않고 내린다
가을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포장된 도로 위에 먼지 날리는데
트럭 콤바인
앞서고 뒤 따르며
주변 골목이
엔진소리에 귀청 달아나고
톤백에 벼 실은 차량 행렬
끝이 아스라하다
시끄러움도 아랑곳 않고
또다시 한가롭게 지붕 없는 천정
혼자서 차지하고
영원할 것 처럼 거드름 피우던
둥근 동그라미는
드디어 서쪽 모서리에서
실족하여
풍덩 빠져버린다
● 끝을 모르는 채찍질
십년등하고 十年燈下苦
삼일마두영 三日馬頭榮
결과는 접어두고
침침한 불빛 아래에서
상형문자하고 벌이는 힘겨루기
끝은 있겠지만 기약은 없어
가끔 지치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지쳐서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끝이 보이지 않아도
언제까지라는 기약 생각 말고
한 없이 마음 다스리면서
인고의 어려움을 이길 때 까지
그래도 간혹 아주 잠깐씩
마음의 위안이 있는 건
물론 내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만
승부는 지루해도
기다리는 마음은 포기하지 않아
지금은 아니지만
내 힘 다 할 때까지 삼일마두영이다
● 여명에 꿈 찾아서
산 언덕에 왔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가 본 듯도 한데
그 길이 지금은 없다
저 앞 숲속을 헤치면
혹시 내 길이 있지 않을까
없는 길 이라면
온몸으로 뚫어서 새로이 만들면
그 길이
나의 길이 아닐까
그래도 꼭 내가 간 것 같던
그 길을 찾고 싶다
언젠가 그 때도
처음에는 길이 없었다
어찌 어찌 해서 나가다 보니
그게 길이었다
헌데 지금은 거짓말 같이
그 길이 보이지 않고
내 머리속에만
자꾸 어른거린다
그냥 가 볼까
아니 더 찾아보자
찾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데
어두운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새벽 닭이 운다
나는 아직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 하늘 나는 까마귀
무엇이 막히고 어떤 것이 열렸는지
가늠키 어려워
보이는 곳 아무 데나
눈 크게 떠서 흘겨보자
답은 언제나 내 편은 아닌 것 같고
나 혼자 내젓는
손 사래는 힘에 부쳐
필요 없는 낭비는 그만두고
이제는 이웃과
함께하는
동아리 되어서
떠들어 보자
하늘을 날아보자
우리의 날개는
비록 아름답지는 않아도
언제든 펼치면
푸른창공을 날 수 있어
백이든 천이든
저 하늘 새까맣게 덮어
네 마음 내 마음 모두 내어 보이자
● 길에 멈춰버린 고향
몸이 나서지 못하고
생각만 보낼 때
책 한 권 들고
옛동네 머리에 이고
달려가는 시간을
온몸으로 막으면서
그 앞에 먼저 나서보자
좋은 옷에 근사한 차
저만치 나들이 가는
나 아닌 또 하나의 내가
책 한 권 들고 생각만 보낼 때
눈 앞에 보이는 내 모습
등 떠밀어 보내자
언젠가 나 대신 마음이 앞설 때
꼭 책 한 권 들고
발 먼저 앞세우고
무작정 편하게 가자
고향으로 가자
내 마음 버리고 내가 가자
박 넝쿨 지붕 저쪽 고향에 가자
● 보이지 않는 누구를 찾아
옛 고향을 그리는데
차창이 먼저
눈을 어지럽힌다
나는 그대로인데
시간은
쉬지않고
세월을 낳고 또 낳고
KTX
지나는 창 밖의 그림은
제법 낯이 익은 것도 같은데
내가 낯설어져
자꾸 남의 나라 들판같고
지나는 푸르름 마다
끝과 시작이 설어
집과 내 동네가 생각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스탤지어의 낯설음인가
머릿속 노트는
발표 자료를 정리하고
마음은 토론장 뒤까지 살피며
있지도 않은
청중의 눈빛을 찾는다
● 번개와 소낙비에 맞서는 칼
빗줄기가 세차도
소나기가 바람과 동맹을 해도
변하지 않는건
소풍가는 구름 한 점 뿐
도적놈이
포졸을
몽둥이 들고 쫒아가는
속담에서나 있을 법 한
그런 일이
푸른 바다 건너 벌어지고 있어
글자가 벌레 되고
생각이 앞 뒤로
순서 지키지 않은 체
세상이
내가 지금 살아가는
이 세상이
입을 벌린 체
다물지 못하고 있는
우리 이웃들에게
누구를 보고
누구와 손잡고 가라고 하는 건지
내 눈빛만 끝도 없이
힘 없는 칼
던지고 있다
● 전설과 함께 가는 산책길
어둠이 앞서가는 석양에
두 발이 서로 다투어
달빛을 찾으나
비는 자주 오지 않지만
명색이 장마 인지라
땅거미만 조용히 깔리고
길은 끝 간데없이 반듯한 외길
내 발이 한가해도
그렇게 만만하진 않아
어슴푸레한 천변 길은
한없는 직선을 달리고
간혹 쉬어가고 싶어질 땐
인디언의 전설이 생각나는
지나간 시절
황야를 질풍같이 달리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려서 데리고
다시 달리는 인디언
오랜시간 달려온
내 영혼 에게도 기회를 줘
가없이 펼쳐져만 있는
저 천변 길에
주인과 영혼이 함께
가 보리라
● 실상사에 안긴 천왕봉
해탈교 건너니
님이 아름 벌려 반겨주시고
묻혀 지고 잊혀져가는
푸른 기와들
20세기 보내고 이제 21세기 초입에
1200여 년의 흔적을
탑으로 남겨지니
지천으로 넘실대는 노란 들판
물 건너 왔다고 하지만
오래된 우리의 머언 기억은 민들레라 하고
가람에 안겼어도 너무 멀어서
지리산 주봉 자리 지킴인가
천왕의 봉우리는
지금도 님의 품으로 달려오는데
님은 계시는 듯 안 계시는 듯
그 흔적은 희미하여도
싫은 모습 전혀 보이지 않고
그 봉우리 따뜻하게 안아 주시네
¤ 주소 : 전북 정읍시 상동 중앙로 62-16
3차 현대아파트 303동 1103호(우편번호 : 56191)
¤ 성명 : 이재형
¤ 생년월일 : 1949년 1월 9일
¤ 프로필
국가공무원 정년퇴직(2006.06.30)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사, 2019.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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